도덕성 앞세우던 노조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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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부장의 신입사원 채용비리 사건이 터진 기아자동차는 20일 각 공장이 정상조업하는 등 겉으로는 평온을 유지했다.

그러나 도덕성을 앞세워야 할 노조에서 이런 비리가 터진 데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기아자동차 노조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종석 노조 대외협력실장은 "문제가 된 생산직 직원채용에 노조가 개입할 만한 구석은 없다"며 "채용은 사측에서 하는 것이며 노조는 필요한 직원수 정도만 아는 게 정상인데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 광명시 소하리 공장 직원들은 20일 정상 출근해 조업했으며 평온함을 유지했다. 조합원들은 집행부 전원사퇴에 대해 "노조 고위간부가 비리를 저질렀다면 당연히 모든 집행부가 연대 사퇴해야 한다"는 측과 "광주지부 한 곳의 잘못으로 집행부 전원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으로 나뉘어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광주공장 노조원 등 직원들은 20일 하루종일 침통한 분위기였다. 광주시 서구 광천동 기아차 광주공장 정문은 굳게 잠긴 채 일반인들의 출입을 막았다. 일부 노조원들은 노조 집행부에 불신을 나타냈다.

생산직 노조원 임모(45)씨는 "(비리 관련) 소문이 돌 때는 설마 했는데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다니 놀랍다"며 "이런 상황에선 노조 집행부도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광주공장 사측 관계자는 "이곳에서 만드는 스포티지의 판매 호조로 최근 공장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도 좋았는데 이런 사건이 터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기아차 광주공장을 상징하는 도로를 지정키로 하는 등 기아차를 적극 지원해온 광주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윤광호 광주시 지역경제통상과장은 "삼성전자 광주공장과 함께 지역경제의 투 톱을 이루는 기아차 광주공장이 이번 사태의 여파로 노노갈등이나 노사대립이 빚어질 경우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빨리 해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차가운 반응이다. 광주공장 주변에서 음식점을 하는 김광철(39.광주시 서구 광천동)씨는 "어떻게 노조가 회사의 인력채용에 관여해 돈을 받을 수 있는지 정말 상상이 안 된다"며 "이번 사건은 노조뿐만 아니라 회사에도 책임이 있다"며 기아차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광주=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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