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론과 逆색깔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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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회창 후보는 남북 대결론자다''노무현 후보는 북한 추종론자다'-. 선거 막판 쟁점인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공방은 거칠다. 기자회견·거리유세·광고까지 온통 '불안이냐 안정이냐'(한나라당)와 '전쟁이냐 평화냐'(민주당)의 극단적인 2분법을 통한 상대방 몰아세우기가 한창이다. 때문에 북핵 위기의 구체적인 해법 제시 등 이성적 논쟁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대신 끝없는 편가름, 거침없는 선동, 격렬한 인신공격 등 감성적인 공세가 넘쳐난다.

그 과정에서 색깔론과 역(逆)색깔론이 교묘히 등장하고 있다. 李후보는 "북한 조평통이 나를 동족을 해치는 '전쟁론자'라고 비방한 다음날 盧후보가 북한과 입을 맞춘 듯 똑같은 말로 나를 비난했다"고 공격했다. 그런 기조는 "북으로 간 현금이 핵으로 되돌아왔는데도 盧후보는 대북 퍼주기를 주장한다"는 광고로 이어진다. 반면 盧후보는 "李후보는 1994년 전쟁위기를 조성한 대결노선을 답습하고 있다. 대선은 전쟁과 평화 중 하나를 선택하는 날"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논조는 "李후보의 노선은 우리의 젊은 아들들을 전쟁터로 내몰 것입니다"는 광고로 강화된다.

한나라당의 조평통 언급은 오래된 색깔론의 재등장이다. 민주당이 전쟁터를 거론한 것도 과격한 역색깔론 수법에 속한다. 그 공방은 한나라당이 "盧후보가 당선되면 공산당 간부의 사위가 대통령 되는 것"이라고 비난하면, 민주당은 "매사를 친북이냐 아니냐로 보는 외눈박이"라고 반박하는 과정에서 더욱 고약하고 찜찜해진다.

이런 공방의 최종 판단은 유권자의 몫이다. 유권자들은 李·盧후보의 북핵 인식 중 어느 쪽이 민심과 어울리는지를 따지고, 누구의 해법이 실천 가능하고 한·미·일 공조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가름하고 있을 것이다. 후보들은 극단적인 편가름보다 DJ정권의 실패한 햇볕정책을 반복하지 않고 북핵 위기를 해소하는 짜임새있는 방안을 지금이라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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