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따뜻하게]"봉사자 덕에 재기 앞당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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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여름 태풍 '루사' 피해 이후 손을 놓고 있다가 15일 장사를 다시 시작한 강릉 중앙시장 지하어시장 상인들은 "이런 환경에서 장사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감격했다.

태풍 루사가 몰고온 폭우로 망신창이가 됐던 이 시장이 단장을 새롭게 하고 14일 재개장식을 하면서 상인들이 재기의 의욕을 다지고 있다.

침수로 생선 썩는 냄새가 진동하고 좌판과 냉동 창고가 물에 둥둥 떠다니는 처참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좌판과 시장 바닥이 깔끔한 스테인리스와 석조 타일로 단장돼 있었다.

질퍽한 바닥에 비릿한 생선 냄새가 코를 찌르던 과거와는 달리 자동 공기 정화 시설이 가동되면서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 수산물 코너에 온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곳은 2백여명의 상인들이 활어와 생선을 도·소매하고 있는 8백평 규모의 강릉 최대의 재래 어시장이다. 그러나 태풍 루사 때 상가 전체가 침수되는 바람에 38억여원(강릉시 집계)의 손해를 보고 상인들이 실의에 빠졌다.

그러나 상인들은 국·지방비 12억5천여만원과 시장 번영회 자금 4억1천여만원 등 16억6천여만원을 끌어 들여 좌판과 전기·통신 시설, 배수로 등을 재정비하고 1백15일 만에 생업의 터전으로 되돌아 온 것이다.

3년 동안 이곳에서 장사를 해온 김혜숙(47·여)씨는 "전화위복이 된 것 같다"며 "장사가 잘 돼 손해를 금방 만회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며 기뻐했다.

침수로 1억여원의 피해를 본 손용주(39)씨는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재기가 빨라졌다"며 "올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오후 시장을 찾은 이용숙(39·여·강릉시 교1동)씨는 "통로가 넓어지고 실내 공기도 좋아지는 등 환경이 확 바뀌었다"며 "생선도 예전보다 싱싱하고 값도 싼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조덕선(56) 번영회장은 "태풍 루사 피해를 계기로 상인들의 숙원이었던 환경 개선 사업이 앞당겨졌다"며 "친절과 품질·가격면에서 백화점 등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릉=홍창업 기자

hongu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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