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팀 주장·90년대 스타 내일 자존심 한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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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2시30분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지는 FA(축구협회)컵 결승전은 수원 삼성이나 포항 스틸러스나 두 팀 모두 놓칠 수 없는 한판이다.

수원은 올해 무관의 아쉬움을 씻고 창단 이후 한번도 손에 넣지 못한 FA컵을 가져올 수 있는 기회고, 포항은 지난해 대전에 아쉽게 져 준우승에 그친 한을 풀 수 있다.

팀의 주장인 서정원(32·수원)과 하석주(34·포항)의 어깨는 그래서 더 무겁다. 두 선수는 국가대표팀 양쪽 날개로 90년대를 풍미했던 스타다. 비록 태극마크는 후배들에게 물려줬지만 팀내 기여도는 '월드컵 스타'못지않다.

서정원은 12일 대전과의 준결승에서 천금의 결승골을 넣어 수원을 결승에 끌어올렸다. 전북과의 8강전에서도 조현두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데니스·고종수의 결장으로 득점력이 크게 떨어진 수원으로서는 서정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수원은 큰 경기에 유독 강한 그가 결승전에서도 '한 방'을 터뜨려 줄 것으로 기대한다. 서정원은 "어렵게 결승에 오른 만큼 꼭 우승해 명문 구단의 자존심을 되찾겠다"고 다짐했다. 언제까지 선수로 뛸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앞으로 2년간은 더 뛰고 싶다"고 말했다.

'왼발의 달인'하석주는 터줏대감 자리이던 왼쪽 윙백을 크로아티아 용병 메도에게 양보하고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고 있다. 공격과 수비라인을 부지런히 오르내리며 플레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미드필드에서 공격 전개력이 다소 떨어지는 포항으로서는 경험 많은 하석주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그는 특유의 카리스마를 발휘해 후배들을 지휘하는 '그라운드의 감독' 역할도 썩 잘 해내고 있다.

하석주는 "지난해 결승에서 일방적으로 우세한 경기를 하고도 져 아쉬움이 컸다. 두 번 실수는 없다"며 각오를 다졌다. '나이 들더니 역시 잘 뛰지 못한다'는 얘기를 듣는 게 가장 싫다는 그는 "아직 체력에는 자신있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너무 쉽게 조기은퇴 하는 것 같다. 돈을 좀 적게 받더라도 뛸 수 있을 때까지 그라운드에 남고 싶다"고 말했다.

정영재 기자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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