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美 군사개입 충분한 근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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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세계 주요 언론들은 13일 사설을 통해 일제히 '북한의 오판'을 경계했다. '위협에 의한 소득'을 기대했다면 오산이며, 즉각적인 대화만이 살길이라고 북한에 충고했다.

▶더 타임스(영국)=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이라크 사태를 해결하고 나면 북한을 다음 목표로 삼을 것이다. 당장은 부시 대통령이 '대북 평화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주의깊게 관망 중'임을 알아야 한다.

부시 대통령이 빼들 수 있는 대북 카드는 여러 가지다. 우선 중국을 통한 압력 강화다. 특히 북한 쪽 중국 국경을 개방해 대규모 탈북사태를 유도할 경우 북한 정권의 붕괴까지 도모할 수 있다. 한국의 차기 대통령에게 대북 강경책을 채택하도록 설득하는 방법도 있다. 최후의 방법이긴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기지를 선제 공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미국이 테러에 대처하느라 여념이 없을 것이라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판단했다면 이는 명백한 오산이다. 수백기의 미사일, 1백만명의 상비군이 버티고 있지만 이런 것들이 언제까지나 金위원장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홍콩)=북한과 미국은 침묵을 깨뜨려야 한다. 미국만이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 미국은 강경 입장을 누그러뜨려야 한다. 그리고 하루빨리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 북한이 오랫동안 핵무기 생산의 야심을 키워왔으며, 중거리 미사일 개발을 재개하겠다고 협박해왔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북한도 이제는 제네바 합의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더 이상 '협박 게임'은 안된다. 핵문제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북·미 간 협상이 타결될 때 한국 민족이 하나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아사히(일본)=핵위기를 다시 재현해선 안된다. 북한은 또 벼랑끝 외교를 시험하고 있다. 이 해묵은 전술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북한은 인식해야 한다. 북한은 핵시설 재가동의 이유로 미국의 중유지원 중단을 들었다. 그러나 제네바 핵합의를 위반해 중유공급 중단을 초래한 쪽은 북한이다.

북한은 핵개발 포기 요구에 대해 "미국이 힘으로 북조선의 무장해제를 기도하고, 우리 체제를 말살시키려 하기 때문에 (핵개발 포기는)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요컨대 힘에는 힘으로 대항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힘에는 힘'은 부시 대통령 특유의 전술이다. 북한이 이를 채용해봐야 먹히질 않는다. 오직 국제사회의 요구에 따라 핵개발 중단을 선언하고 즉각적인 북·미 대화에 나서는 길만이 살길이다. 강경책은 자멸을 부를 뿐이다. 그대신 개혁·개방으로 경제를 일으키는 데 힘써야 한다.

미국은 물론 일본·중국·한국도 대화 창구를 닫아 걸지 않았다는 점을 북한은 하루빨리 깨달아야 한다.

▶워싱턴 포스트(미국)=야만적이고 고립적인 북한의 독재자 김정일은 자신의 국가를 전쟁 위험으로 몰고갈 줄 번연히 알면서도 또 다시 워싱턴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핵시설 가동은 미국의 군사개입을 불러들일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다.

문제는 북한의 위협이 아무 쓸모가 없다는 점이다. 워싱턴의 한 관리는 "북한의 위협은 아무 것도 변화시킬 수 없다. 협상은 없다. 남은 것은 북한이 양보하느냐, 아니면 북한 스스로 절망적인 사태로 치닫느냐는 양자 택일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빌 클린턴 시대처럼 북한의 도발에 일일이 대꾸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란 얘기다. 이제는 김정일이 바뀌어야 할 차례다.

정리=진세근 기자

sk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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