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윳빛 도는 차진 국물 구수한 국수맛도 일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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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렁탕은 꾀부리기 쉬운 음식이다. 손님이 몰려 국물이 모자라면 뜨거운 물 한 바가지 붓고 대충 담아낼 수 있다. 뽀얀 빛깔과 구수한 맛이 안나면 분유나 프림을 넣고 적당히 휘저으면 감쪽같다. 설렁탕집을 잘 골라 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 역삼동 선릉공원 건너편에 있는 '선릉설렁탕(02-552-3224)'은 쇠뼈를 푹 고아 만든 꾀부리지 않은 설렁탕집이다.

뽀얀 우윳빛 국물에 윤기까지 흘러 눈요기만으로 '탕이 차지다'고 와닿는다. 국물을 살짝 한 숟가락 떠 입에 넣으면 바로 차진 맛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한다. 우선 파를 한 움큼 넣고 후춧가루를 살살 뿌린다. 소금은 넣는 흉내만 낼 정도로 조금만 넣고 휘휘 젓는다. 탕 안에 담긴 차돌박이·양지·우설 등 고기가 넉넉하다.

젓가락으로 국수부터 후루룩. 쇠고기 국물을 머금은 국수 맛이 구수하고 부드럽다. 다음은 밥 차례. 밥그릇에 곱게 퍼 담은 밥에 노란빛이 돈다. 조가 조금 들어간 밥이다. 밥알이 엉기지 않도록 조를 넣은 모양이다.밥도 세심하게 신경써서 지은 것 같다. 탕에 넣어 먹는 밥은 약간 된 듯한 밥이 좋다. 탕에 들어가면 쉬 퍼지지 않고 알맞게 국물의 맛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반찬은 김치 세가지와 된장에 찍어 먹는 양파와 풋고추가 나온다.

김치는 잘 익은 배추 김치, 큼직한 깍두기, 상큼한 겉절이김치. 나름대로 독특한 맛이다. 특히 배추김치는 새우젓으로 담가 시원하고 깔끔하다. 탕에 빠뜨려 밥 숟가락에 얹어 먹어도 별미다.

여기서 잠시 설렁탕 먹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한다. 아삭아삭 씹는 맛을 즐기려면 파를 듬뿍 넣는다. 매콤한 맛이 좋으면 깍두기 국물을 넣는다. 잘 익은 깍두기 국물은 달콤하고 새콤하기도 하다. 구수한 맛을 원하면 된장을 푼다. 술에 찌든 뱃속을 달래는데 좋다.

뚝배기 탕그릇에 놋쇠 수저와 그릇을 쓴 점을 감안하면 다른 설렁탕집보다 1천원 비싼 6천원을 받는 게 수긍이 간다. 등심 등 고급 고기를 넣은 특설렁탕은 9천원. 도가니탕(1만원)·우족탕(1만5천원)·꼬리곰탕(1만5천원)·수육전골(3만원)·갈비찜(3만원)등도 있다.

yj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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