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소후보 TV토론]이한동 "국민화합엔 내가 적임" 장세동 "걸레같은 정치판 일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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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하나로국민연합 이한동(李漢東)·사회당 김영규(金榮圭)·호국당 김길수(金吉洙)·무소속 장세동(張世東)후보 등 네명의 대통령 후보가 12일 밤 합동 TV토론을 가졌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민주당 노무현(盧武鉉)·민노당 권영길(權永吉)후보가 3,10,16일 세차례 TV토론을 하는 데 비해 '군소 후보'들에게 주어진 TV토론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전 국무총리이자 6선 의원, 교수 출신 사회주의자, 서울시내 사찰의 주지스님, 전직 대통령의 핵심 측근 등 나름의 경력을 바탕으로 네 후보는 이날 1백분 동안 자신의 입장과 정책을 알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기조연설=김영규 후보는 "돈이 사람을 지배하는 세상, 자본이 노동을 착취하는 세상을 바꾸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한동 후보는 "지난 두번의 TV토론에서 내 얼굴이 보이지 않아 많은 분이 의아해 했고, 후보를 사퇴한 것 아니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며 3자 TV토론에서 제외된 데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장세동 후보는 "후보등록 후 처음으로 TV를 통해 국민 여러분을 만나게 됐다"며 "내게 주어진 짧은 시간을 최대한 아껴 나의 모든 생각을 성심성의껏 말씀드리겠다"고 담담하게 각오를 피력했다.

승복(僧服)을 입고 나온 김길수 후보는 먼저 합장인사를 한 뒤 "젊고 패기있는 50대 기수, 저 김길수가 늘 국민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했다.

◇"양지만 좇지 않았다"=이한동 후보는 '양지만 좇는다는 지적이 있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인사권자가 그때 그때 맡겨준 일을 성심성의껏 하다 보니 객관적으로 그런 결과로 보여진 것일 뿐"이라며 "양지만 좇아다닌 족속으로 보이지만 결코 인생을 그렇게 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지지도가 낮은 이유에 대해 "지난 2년간 행정총리에 전념하느라 정치적 공백이 있어 생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李후보는 특히 "골이 깊이 파인 지역감정을 아우르고 국민을 화합시키는 데는 중부권 출신인 내가 적임자고, 최근의 반미운동도 내가 가장 적절히 조정할 수 있다"며 중부권과 보수층의 표심을 자극하려 했다.

◇"걸레 같은 정치 폐해 일소"=장세동 후보는 "여러 갈래로 흩어져 있는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 국민 대화합을 이룩하고, 낡은 걸레 같은 정치폐해를 일소해 사회질서와 국가기강이 바로 선 반듯한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나왔다"며 출마의 변을 밝혔다.

張후보는 "취임 1년 내에 개헌을 추진, 향후 30년 동안 안 바꿔도 되는 헌법을 만들겠다"며 "철새정치인들을 뿌리뽑기 위한 특단의 대책도 강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5공 실세로서 광주민주화운동을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나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역사적 아픔을 위로하기 위해 얼마 전 5·18묘역을 찾았다"며 "역사적으로 불행한 사건으로 일어나지 않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권영길 후보는 보수적"=김영규 후보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자본주의를 좀 보완하는 사람이지만, 나는 자본주의를 폐기하려는 사람"이라고 진보세력 후보 단일화를 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필 12·12 사태가 났던 바로 그날, 쿠데타 주범과 함께 토론하는 것부터가 역사적 수치"라며 장세동·이한동 후보와 악수를 비롯한 모든 인사를 거부했다. 후보들 사진 촬영 때도 일렬로 서는 기본적인 자세에만 응했다.

그는 또 "우리 당과 민노당은 분명한 이념적 차이가 존재한다"며 "두 당의 차이는 자본주의를 조금 개선하느냐, 자본주의를 반대하느냐의 근본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며 민노당과의 차별성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이 될 수는 없겠지만"=김길수 후보는 "당락 여부를 떠나 백성 한 사람 한 사람의 아픔을 만천하에 알리고 국정운영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국민의 메신저 입장에서 출마했다"고 말했다. 金후보는 "정신문화가 깨지고 도덕성이 무너지는 이때 제가 출마하는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그는 토론 참석에 앞서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법륜사에서 새벽부터 하루종일 정진기도를 했다고 한다.

박신홍·김성탁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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