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경제파트너로 뛰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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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몇주 전 201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가 한국의 여수 대신 중국의 상하이(上海)로 결정됐다는 소식이 국내외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많은 한국인들은 이 결과에 실망하면서, 올림픽에 이어 세계박람회까지 유치한 중국에 2010년 이후에는 경제 분야에서도 뒤처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좀더 글로벌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본다면, 그렇게 실망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다름이 아닌 중국을 한국의 경쟁자보다 파트너로 보는 시각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중국은 더 말할 나위도 없이 유사 이래 지리적인 면뿐 아니라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면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다. 중국의 개방화 정책 이후 현재 시점에서 한국인들의 중국 경제에 대한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세계시장 속에서 한국과 경쟁하는 상대로서 중국을 바라보는 것이고, 둘째는 중국을 많은 기회와 도전이 기다리고 있는 또 하나의 거대한 시장으로 보는 관점이 그것일 것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들의 궁극적 경쟁 상대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다. 동일한 시장을 향해 만일 한국과 중국이 서로 경쟁만 한다면 그것은 글로벌 경제라는 큰 틀에서 양국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 따라서 중국에 있어 그것이 경제적이든 정치적이든 한국을 자기 편으로 만드는 일은 세계를 상대로 자국의 입지를 높이고 세계 질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한국이 자신들에게 최적의 파트너라는 사실은 누구보다 중국 지도부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국민에게는 다소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한국은 중국과 지리적·문화적·역사적으로 매우 가까울 뿐 아니라 인구나 국토·군사력 면에서 그들에게 위협을 주지 않으면서도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제 지도자들이 자국 내에서 EU나 미국·일본의 기업들이 성공하기보다 한국의 기업들이 성공하기를 내심 희망하고 있다고 믿는다면 잘못된 생각일까?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미국이나 EU 같은 강력한 경쟁 상대 국가의 기업들이 자국에서 강해지기를 원하는 중국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그보다는 한국과 같이 안정적이면서도 자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 국가의 성공을 바라는 것은 그들의 세계 전략상 당연하지 않을까.이런 중국의 입장은 한국으로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좀더 세계적인 관점에서 살펴봐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할 것이다. 치열한 세계 경제 전쟁 속에서 한국 경제의 발전을 돕고 국가적 위상을 세계에 높여 줄 최상의 전략적 파트너가 바로 중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을 알고 이해하고 서로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로서 한국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중국에 대한 투자와 연구를 더욱 늘려야만 한다. 그리고 중국 전문 인력을 많이 양성해야 한다. 지금 한국인들의 교육 투자 및 열기는 서구 위주로 돼 있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중국에 대한 전문가를 육성, 발전시키는 것은 한국의 장기적 전략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이미 중국에 진출하는 데 성공한 한국 기업들은 그렇지 못한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특히 중국을 잘 아는 대기업들이 중국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을 돕는 것은 국익에 중요하다. 인적 자원이나 네트워크 면에서 우수한 한국의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의 중국 진출과 성공을 도와주는 것은 주식회사 한국의 국력 성장에 보탬이 될 것이다.

대기업 성공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공유하며, 중국 시장 내에서 한국 기업들의 커뮤니티가 강력하게 형성되고 발언권을 제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 여기에 문화·교육 등에 대한 상호 교류도 지금보다 더 돈독하게 이뤄지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21세기 생존력과 국가 경쟁력 극대화를 위해 두 국가가 협력한다면 이는 최적의 파트너십이 되리라고 믿는다. 세계 속의 아시아의 미래는 중국과 한국이 얼마나 상호 이해하고 협력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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