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농구 겨울코트 후끈 "식스 우먼을 키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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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지역의 남자 중학교 농구선수들 가운데 여자농구 삼성생명의 '후보 누나들'을 만나보지 못한 선수는 거의 없다. 삼성생명의 후보 5인방이 지난 5월부터 거의 매일 남자 중학교나 여자 고등학교 선수들을 불러들여 모두 2백50여차례에 이르는 연습경기를 가졌기 때문이다.

상대가 먹성이 엄청난 청소년들이라 점심·저녁에 간식까지 챙겨 먹이느라 지금까지 식비로만 5천만원 가까운 돈이 들었다. '후보 누나들'은 그 대신 이들을 상대로 확실히 본전을 뽑아낸다. 한번 데려오면 두 차례 연습경기는 기본이고, 아침 일찍 데려와 하루 세 차례 연습경기를 하기도 한다.

삼성생명의 박홍석 사무국장은 "후보선수들 중 한명이라도 주전급 실력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면 팀은 더 큰 지출도 감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여자 프로농구팀들이 남자농구의 식스맨에 해당하는 '식스우먼'을 키우는 데 열심이다.

삼성생명에서 후보들을 전담해 가르치는 정미라 코치는 "여고 선수층이 점점 얇아져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 차가 커졌기 때문에 프로에서 통하게 만들려면 이 정도 고생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자 프로농구에는 거액의 스카우트 비가 없어 선수들의 질이 예년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 남자선수들과는 달리 대학이라는 과도기가 없어 초고교급이 아니면 프로 적응 기간이 길다.

삼성생명은 지난해까지 팀이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있거나, 혹은 패배가 확실시될 때 시간 때우기 용으로 기용했던 박선영·나에스더·김영화 등의 실력이 중·고교생들과의 연습경기를 통해 부쩍 늘어 이번 겨울리그부터는 활용 폭을 넓힐 계획이다. 박인규 감독은 "청소년 대표를 못해봤던 후보선수들이 최근에는 청소년대표팀에 번번이 이기는 등 실력이 늘었고, 자신감도 붙었다. 특히 연습생 출신 김영화의 성장이 놀랍다"고 흡족스러워 했다.

최근 여자농구의 신흥 강호로 부상한 우리은행도 국내 농구 사상 처음으로 2군제도를 도입해 '식스우먼' 만들기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신인 드래프트에서 무려 일곱명을 뽑은 우리은행은 주전 11명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 다섯명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

박명수 감독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는 선수들은 좌절해 운동을 그만두고, 주전들은 자만해 나태해지는 악순환을 깨기 위해 2군제도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금호생명은 고전적인 '맨투맨' 교습 방식을 고집한다.

신동찬 감독은 바쁜 시즌 중에도 밤늦게 후보선수들을 체육관으로 불러 1대1로 개인지도를 한다. 신감독은 "입술이 부르틀 만큼 피곤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 팀은 물론 여자농구의 미래가 없다"고 말한다.

신세계 이문규 감독은 "1년간 공을 들여 쓸 만한 백업선수 한명이 나오면 큰 성과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문병주 기자

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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