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s 원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단순하게 해(Keep it simple, stupid)!"

세계적인 햄버거 체인 맥도널드의 초기 전략을 함축한 한마디다. 영문 머리글자를 따서 Kiss 원칙으로 부른다.

맥도널드의 사사(社史)는 1955년에 레이 크록(1902∼84)이 회사를 창업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맥도널드라는 상호와 상징인 엠(M)자 모양의 골든 아치, 핵심 전략인 패스트 푸드의 '원조(元祖)'는 모리스와 리처드 맥도널드 형제다. 뉴 햄프셔 출신인 이들은 영화를 만들어 보려고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다가 실패한 뒤 40년 샌 버나디노에 차를 몰고가서 음식을 사먹을 수 있는 드라이브 인 식당을 열었다.

적은 인력과 비용으로 이문을 남기기 위해 이들이 택한 핵심 전략이 바로 Kiss 원칙이었다. 맥도널드 형제는 제품을 햄버거와 감자튀김 위주로 최대한 단순화한 대신 위생과 서비스 속도 개선을 위해 포크와 나이프 등 식사도구를 일회용으로 바꿨다. 한끼를 때우기에 충분한 식사를 빠르고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에 집중한 이런 전략은 당시 급속도로 성장하던 중산층을 사로잡았다. (톰 캐논 『위대한 결정들』, 명솔)

크록의 인수 이후 세계 1백21개국에 3만개 이상의 점포를 갖춘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맥도널드가 올 들어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광우병 파동에 이어 반미(反美) 시위대의 표적이 되면서 주가와 매출이 급락한 가운데 지난주에는 최고경영자(CEO) 잭 그린버그가 임기 중에 퇴진을 발표하기도 했다. 맥도널드의 이같은 수난은 기업이 비대해지면서 초기 전략의 핵심인 단순·우직함을 잃어버린 때문인지도 모른다.

미국 속어에서 비롯된 Kiss 원칙은 지금도 경영은 물론 인터넷·문화부문 등에까지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최근에는 CNN의 유명한 토크쇼 진행자 래리 킹의 저서 『대화의 법칙』(청년정신)에도 등장했다. 킹은 "세계적 지도자들의 연설에는 진부한 표현이나 복잡한 문장, 전문용어들이 없다"며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킨 원칙이 바로 Kiss"라고 썼다. 맥도널드는 물론 막바지 대선 판에서 대중 연설에 사활을 걸고 있는 한국의 후보들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원칙이 아닐 수 없다.

손병수 Forbes Korea팀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