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아카데미상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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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가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를 수 있을까. 지난주 아카데미 조직위원회가 2003년 각 부문 출품작을 발표하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단 상황은 힘겨운 편이다. 역대 최다인 54개국에서 출품했다. 지난해보다 세편이 늘어난 것. 이 중 다섯편이 후보로 선정된다.

출품작의 면면도 만만치 않다. 올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핀란드 영화 '과거가 없는 남자'(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 같은 영화제에서 남우 주연상을 탄 벨기에 영화 '아들'(장 피에르 외), 프랑스 괴짜 감독 프랑수아 오종의 '8명의 여인들', 중국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이 야심적으로 준비해온 '영웅', 1998년 '인생은 아름다워'로 아카데미를 뒤흔든 이탈리아 감독 로베르토 베니니의 '피노키오' 등이 포함됐다.

'오아시스'의 해외 마케팅을 맡고 있는 시네클릭 아시아의 서영주 이사는 "그래도 작품성으론 경쟁할 만하다. 미국 영화잡지에 광고를 내고, 현지 홍보사도 적극 가동할 예정이다.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이란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에 대한 할리우드의 높아진 관심도 긍정적 변수다. 아카데미 외국어상 후보는 7백여명의 심사 위원이 비밀 투표로 결정한다. '오아시스'의 시사회는 오는 18일로 잡혀 있다. 최종 후보작은 내년 2월 11일 발표되며, 시상식은 3월 23일 열린다. 한편 이번엔 미국 내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정체성을 다룬 '파이어댄서(Firedancer)'가 아프가니스탄 영화로는 처음 출품돼 시선을 모았다. 감독 조드 와셀은 "지난해 9·11 사태의 원인은 미국에 있다"고 말했다가 촬영 도중 피살됐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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