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잡아야 再選 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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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 주말 경제팀의 쌍두마차인 폴 오닐 재무장관과 로런스 린지 백악관 경제보좌관을 전격 교체키로 한 것은 2004년 대선을 겨냥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달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승리로 탄탄한 정치적 발판을 마련한 부시 행정부가 경제팀 쇄신을 통해 현재의 경제적 난관만 잘 다스리면 정권을 이어갈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관계기사 e13면>

부시의 첫 개각대상이 경제팀이 된 것은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대(對)테러전 수행이나 이라크 등 '악의 축' 국가를 구석으로 모는 것 같은 외교·국방분야에선 국민으로부터 평가를 받았으나 경제에 관해선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가 추락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월가에선 부시가 경제를 뒷전에 밀어놓았다는 비판이 심심찮게 제기되곤 했다.

부시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들은 현재 6%에 이른 심각한 실업률을 해소하지 못하고 경제난이 가중될 경우 아버지 부시 대통령과 같이 전쟁에서 이기고도 재선에 실패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닐 장관의 경우 경기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봤다는 점과 부시의 심기를 몇번 건드린 발언도 경질의 빌미가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올 초 수입철강에 높은 관세를 물리는 부시의 조치에 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번복하기도 했다.

경제팀 교체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감세(減稅)를 바탕으로 하는 현 경제정책의 줄기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오닐이 감세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의 정책기조가 더 강화될 공산도 있다. 부시 행정부는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야 하는데, 이걸 위해서는 세금감면이 가장 유효한 수단이라고 믿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조만간 후임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새 경제보좌관엔 골드먼삭스의 회장을 지낸 스티븐 프리드먼(사진)이 유력한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재무장관에는 다수의 후보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도널드 에번스 상무장관·글렌 허버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로버트 졸릭 무역대표부 대표·필 그램 텍사스주 상원의원과 세계 최대의 온라인 증권사 찰스 슈왑의 찰스 슈왑 회장 등이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이다.

한편 두 사람의 경질엔 딕 체니 부통령의 결심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오닐이 사임 발표 직전 체니를 만난 뒤 몹시 화난 표정이었다는 것이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sims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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