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학교 못 지어도 허가 내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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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아파트 단지 한복판에 왜 오피스텔이 필요합니까. 주거용으로 전용될 게 뻔해 생활환경만 망칠 건데요."

서울 노원구 상계1동 수락파크빌 아파트에 사는 중앙일보 독자 나정숙(46·주부)씨는 최근 이 지역에 높이 38∼60m 규모의 대형 오피스텔이 잇따라 건축허가를 받고 공사를 시작하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지하철 7호선 수락산역 부근 은빛2단지 아파트 앞 상계1동 1258,1262 일대에는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건설업체인 H, D건설이 올 1월 건축허가를 받고 각각 15,9층 규모의 오피스텔을 짓고 있다.

또 맞은편 부지 3천90㎡에는 지난달 T건설업체가 노원구청에 오피스텔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오피스텔 세 곳이 모두 완공되면 상가 1백여곳과 오피스텔 1천2백여실이 들어서게 된다.

이에 따라 인근 수락파크빌·미주동방벽운 아파트 등 6개 단지 6천여가구 주민들은 최근 '오피스텔 건립반대 주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공사중지 가처분신청' 소송을 제기했다.

◇생활환경 악화 부추기는 오피스텔 건축 기준=나씨는 "주차장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오피스텔에서 앞으로 차들이 쏟아져나올 생각을 하면 앞이 캄캄하다"며 "또 1천2백여가구에 젊은 부부들이 입주할 경우 인근 수락초등학교는 앞으로 2부제 수업을 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은빛2단지아파트 주민 최홍락(40)씨도 "거실에 앉아 있으면 수락산 전경이 한 눈에 보였는데 코앞에 대형 오피스텔이 들어서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며 "현재 오피스텔을 짓고 있는 부지가 상업지역이어서 할인매장이나 상가같은 생활편의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은빛2단지 주민들은 H건설을 상대로 지난 10월 서울지방법원에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을 내놓고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현행 건축법상 오피스텔은 업무시설로 구분돼 주차장 시설이나 건물 사이 간격 등의 규제가 아파트 등 주거용 건물보다 훨씬 느슨하다.

주차장 기준은 아파트의 경우 가구당 한대지만 오피스텔의 경우 연면적 1백㎡당 한대로 가구당 0.5대 수준만 확보하면 된다. 또 건물 간격도 아파트의 경우 동간 거리를 아파트 높이 만큼 벌려놔야 하지만 오피스텔은 폭 20m 이상인 대로변에 있기만 하면 될 뿐 별도 규제가 없다.

◇업체·구청 입장=은빛2단지 아파트 앞에서 15층 높이의 오피스텔을 짓고 있는 H건설측은 "주민들은 5층까지만 지으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그럴 경우 1백55억원 정도 손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노원구청 측도 "현행법 기준에 맞게 건축허가가 들어오면 무작정 반려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공동취재=나정숙 독자,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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