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확인된 성적 부풀리기, 학생부 소용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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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시내 195개 일반계 고교 중 20%가 학생 30% 이상에게 과목별로 '수'를 주는 등 성적을 마구 부풀렸다. 심한 경우 60%에 가까운 학생이 수를 받았다. 지난해 대학들이 공개한 부풀리기 사례가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그 방법을 보면 기가 막힌다. 중간.기말고사의 문제를 지난해 그대로 내거나 더 쉽게 출제하는 것은 예사다. 시판 참고서의 문항을 조금 바꾸거나 교사가 수업 중 정답을 암시하는 비교육적인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한다. 담임이 한 학생의 국사.사회 답안지를 대신 작성해준 것도 일종의 성적 부풀리기인 셈이다.

옳게 가르치고 제대로 평가해야 할 학교가 성적을 조작하고 있으니 교육기관이길 포기한 것이다. 후한 점수가 당장은 학생에게 대학입시에서 유리할지 모른다. 그러나 실력보다 과대포장된 학생부로 대학에 합격한다 해도 강의를 따라갈 수 없다. 대학의 학력저하와 국가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진다. 성적 부풀리기가 제자를 망치는 길임을 학교와 교사는 절감해야 한다. 전교조 등 운동권 소속 교사가 성적 인플레에 가담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여타 교육 부조리에는 연가투쟁까지 하며 목청을 높이면서 엉터리 성적 처리에 대해서는 왜 침묵하는지 묻고 싶다. 교육 당국은 이번에 적발된 고교와 교사를 엄중하게 문책해야 한다.

성적 부풀리기가 지속되는 한 학생부 위주의 2008학년도 입시는 불가능하다. 학생의 정확한 실력이 반영되지 않은 내신을 대학이 어떻게 전형자료로 활용할 수 있겠는가. 평가방식을 현재의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바꾼다지만 조직적인 점수 부풀리기를 방지하기는 어렵다. 문제를 평이하게 출제해 동점자가 많아지면 상대평가의 효과는 미미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교의 성적 처리에 대한 관리.감독의 강화가 시급하다. 고교 간, 지역 간 학력차이를 반영토록 하는 등 학생부 활용의 재량권을 대학에 줘야 한다. 고교의 성적 부풀리기는 방치하고, 고교 등급제.본고사.기여입학제를 금지하는 3불(不)정책을 고집하는 것은 옳지 않다.

*** 바로잡습니다

◆ 1월 20일자 30면 사설 '확인된 성적 부풀리기, 학생부 소용 있나'중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는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절대평가의 효과'는 '상대평가의 효과'의 잘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