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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업들은 외국에 공장을 지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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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요즘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 많이 진출하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은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에 큰 공장을 짓기도 하고 중소기업들은 임금이 싼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로 공장을 아예 옮기는 경우도 있죠. 이처럼 우리 기업이 외국에 자본과 기술을 투자하는 것을 해외직접투자라고 한답니다.

그러면 기업들이 왜 우리나라를 떠나 외국에 나갈까요?

우선 외국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서죠.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임금도 덩달아 많이 올라갔습니다. 아주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다면 모르지만 비싼 임금을 주고서는 이익을 낼 수 없는 산업이 많습니다. 주로 예전에 우리나라 임금이 쌀 때 번창했던 섬유·신발·전자부품 등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업종들이죠. 이런 업체들은 중국처럼 임금이 싼 국가들과 경쟁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떠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 북한이 고려시대의 수도로 유서깊은 개성에 공업단지를 만들려고 합니다. 북한은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으로 1백달러(우리돈 12만원)정도를 받길 원하고 있죠.

월평균 70달러 수준인 베트남보다 많아 더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많은 우리 기업이 개성공단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낮은 임금에다 말도 통하는 북한 사람들을 잘 활용하면 중국 기업들과 경쟁할 때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물건을 보다 많이 팔기 위해 다른 나라에 공장과 회사를 세우기도 합니다. 나라마다 수입품에 관세라는 세금을 붙입니다. 관세를 내면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물건값이 비싸져 경쟁하기 힘들어지게 됩니다. 기업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아예 물건을 팔려는 나라에 공장을 세워 현지생산을 합니다. 그러면 관세를 물지 않으니까 물건값도 상대적으로 싸지죠. 또 그 지역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춘 제품을 생산하기에 유리하므로 제품 판매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기술이 뛰어난 선진국에 공장이나 회사를 세우는 경우도 많습니다. 선진국의 앞선 기술을 배우고 이를 이용해 뛰어난 상품을 개발하려는 것이죠. 이 같은 목적으로 해외에 투자하는 사례가 최근에 더 많아졌습니다. 지난해 6월엔 LG전자가 네덜란드에 15억달러(1조8천억원)를 투자했습니다. 네덜란드에 물건을 많이 팔기 위해서라기보다 이 나라의 유명한 전자업체인 필립스와 손을 잡고 더 좋은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였죠. 의류 회사가 디자인이 발달한 이탈리아에 디자인 개발을 위한 현지회사를 세운다든지, 전자회사가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이 뛰어난 인도에 진출하는 것도 다 뛰어난 기술을 얻기 위해서 입니다.

사업에 필요한 돈을 끌어들이기 위해 우리보다 이자가 싼 나라에 기업을 세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나라에서 사업을 벌이면 싼 이자로 돈을 꾸기가 쉽기 때문이죠.

해외투자해서 번 돈은 결국 우리 기업들을 살찌우는 것이기 때문에 국내 경제에도 도움이 된답니다. 또 기업들이 외국에 공장을 지으면서 설비나 부품·원자재 같은 것을 국내에서 갖고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이익을 많이 남길 수도 있습니다. 해외투자도 결국 돌고 돌아 국내 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해외 직접투자가 꼭 우리 경제에 좋은 영향만 미칠까요. 경우에 따라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혹시 '산업 공동화'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국내에 있는 공장들이 싼 임금 등 보다 좋은 조건을 좇아 다른 나라로 빠져나가면서 그 산업이 텅텅 비어버리는 현상을 말하죠. 일자리가 줄어들고 외국으로 빠져나간 공장과 거래하던 부품업체들은 문을 닫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산업과 노동자들의 기술 수준이 높아진다면 얘기는 다르죠. 외국으로 많은 업체가 빠져나가는 반면 높은 기술력을 보고 더 많은 외국자본이 우리나라로 들어와 공장과 회사를 세우기 때문입니다.

기업가들이 해외투자를 핑계로 외국으로 외화를 빼돌리는 일도 생길 수 있습니다. 중남미 국가 중엔 기업가들이 해외로 돈을 많이 빼돌리는 바람에 경제가 망가진 곳이 많습니다. 우리나라도 외화가 부족하던 1970년대와 80년대 초엔 정부가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를 까다롭게 억제했었죠. 그러나 80년대 중반부터 다른 나라와의 무역을 통해 외화를 많이 벌면서 이 돈을 이용한 해외투자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초창기엔 싼 임금을 노리고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에 많이 진출했지만 점점 물건을 더 팔기 위해 부유한 선진국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졌죠. 국가간의 무역과 교류가 갈수록 많아지면서 이제 우리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는 막을 수 없는 큰 흐름이 돼 버렸죠.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기업할 수 있는 여건을 좋게 만들어 기업들이 밖으로 나가는 만큼 다른 나라의 첨단 기업들이 들어오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려면 외국기업들이 국내에 들어올만한 이유를 제공해줘야 합니다.

임금과 노사관계가 안정되고, 국내 노동자들의 기술수준이 높아져야 하겠죠. 또 외국기업에 매기는 세금을 깎아주고 외국기업이 투자하기 편하도록 각종 규제를 풀고 행정편의를 제공하는 노력도 필요할 겁니다.

정철근 기자

jcom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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