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中·인도와 안보동맹 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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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 중국과 인도 순방에 나서면서 과거 그가 제안한 '러·중·인도 삼각 안보동맹'의 현실화 여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중국·인도 방문 일정과 목적 등을 알아본다.

◇중국 방문=푸틴 대통령은 1일부터 3일까지 2박3일간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해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열고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있는 양국간 경제·안보 협력 문제를 논의한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지난달 새로 교체된 중국 지도부와의 만남에 상당한 무게를 둘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서두르고 있는 이라크 전쟁에 대해 어떤 입장을 표명할지 주목된다. 두 나라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결의가 통과되기 전까지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북한 핵문제에 대해 양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관심거리다.

또 다른 주목거리는 무기판매다. 러시아는 중국에 대한 야심찬 무기판매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다. 미국에 맞설 수 있는 첨단 무기를 구입하는 데는 중국도 돈을 아끼지 않는다. 따라서 무기판매는 두 정상이 가장 깊숙한 대화를 나눠야할 부분이다. 미국이 가장 신경쓰는 대목이기도 하다.

2005년부터 러시아 앙가르스크 유전에서 중국 다칭(大慶)까지 송유관을 연결하고 이를 통해 중국이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한다는 계획도 이번 회담에서 매듭지어질 전망이다. 푸틴 대통령은 베이징 도착 전 한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5년부터 원유 2천만t을 중국에 공급할 예정이며 2010년 이후에는 매년 3천만t으로 공급량을 늘릴 것"이라고 밝히고 "중국은 앞으로 25년 동안 모두 7억t의 원유를 공급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방문=푸틴 대통령은 3일엔 인도 뉴델리를 방문해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총리와 장거리 폭격기·항공모함 등 40억달러 규모 러시아제 무기의 대(對)인도 수출 문제를 중점 논의할 계획이다. 인도는 무기수입의 6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영국의 BBC방송은 지난달 30일 "푸틴 대통령은 인도 방문에서 2000년에 제안했던 '러시아·중국·인도 3개국의 공동 지역 안보체제 구축' 방안을 다시 제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냉전 종식 이후 유일 초강대국으로 등장한 미국에 맞설 수 있는 지역 안보동맹 구축 문제에 대해 중국과 인도는 관심은 있지만 신중한 입중을 보이고 있다. 인도의 일간지 '더 힌두'는 "러시아·인도·중국 등 3국 외무장관이 지난 9월 뉴욕에서 비공식 회담을 열고 안보 차원에서 세나라간 협력문제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서울=정효식 기자

kjy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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