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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벨트 핵심시설] 중이온기속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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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 대형 강입자가속기 시설 중 1920t 의 거대한 자석. 양성자 빔이 가속된 뒤 서로 충돌하면서 빅뱅을 재현하게 된다. [중앙포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핵심 시설인 중이온가속기가 뭘까. 세계 각국은 다양한 분야 기초과학 및 원천기술 연구에 이용되는 첨단 대형연구시설인 ‘가속기’(Accelerator) 설치에 열을 올려 왔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 운영되고 있는 가속기의 경우, 건설 예산만 1조원이 훌쩍 넘었다. 특히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강입자가속기는 초기 설치비용만 29억 달러(약 3조3000억원)가 투입됐다. 유럽의 이 가속기는 1994년부터 건설이 시작돼 2008년 완공됐다. 세계 최대 강입자가속기(LHC: Large Hadron Collider)로 137억년 전 우주를 탄생시킨 빅뱅(대폭발)의 비밀을 밝혀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총길이 27㎞에 달하는 강입자가속기 터널은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을 넘나드는 지하 100m에 묻혀 있기 때문에 지상에는 전력 공급시설을 제외하고는 눈에 띄는 시설은 거의 없다.

과학벨트에 도입되는 중이온가속기 건설 예산은 4600억원이다. 건설 후 가속기 운영비는 매년 500억원이 예상된다. 중이온가속기(Heavy Ion Collider)는 쉽게 말해 중이온을 가속시켜 다른 원자핵에 충돌시키는 충돌장치다. 가속기는 전자·양성자 또는 중이온 중 무엇을 가속하느냐에 따라 이름이 다른데 중이온가속기는 말 그대로 무거운 입자를 가속시킨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가속한다.

중이온을 충돌시키면 지금까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입자가 만들어질 수 있다. 금 핵의 경우 한번 충돌시킬 때마다 5000개 이상의 입자가 생성될 정도니 중이온가속기에서는 희귀한 원소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가속기는 기초 과학자들에겐 꼭 필요한 시설이다. 노벨과학상의 대부분은 최고의 시설을 갖춘 연구소나 대학에서 배출된다. 일본은 2004년 중이온가속기로 새로운 핵종을 발견해 ‘Japonium’이란 이름을 붙인 뒤 고유 원소번호를 달아 주기율표에 올렸다. 자연계에서 발견할 수 있는 원소가 1만 여개 정도로 중이온가속기가 찾아낼 원소는 아직 무궁무진하다.

과학벨트 가속기는‘KoRIA(Korea Rare Isotope Accelerator)’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매우 희귀한 동위원소를 만들 수 있도록 설계된다. 중이온을 가속해 얻은 동위원소 빔을 다시 가속하는 것으로 새로운 원자핵을 합성할 확률이 높다.

이런 가속기는 해외서도 최근에야 투자를 시작해 현재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뿐 아니라 중국, 인도 등에서 기존의 핵물리 시설을 전환해 구축하고 있다. 규모도 엄청나다. KoRIA는 부대 연구시설을 포함할 경우 축구장의 몇 배 이상 되는 면적을 차지한다.

중이온가속기는 핵물리와 더불어 원자력, 생물, 의학, 원자 및 고체물리 등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에서 사용되는 다목적 연구 기반시설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미래 에너지와 의료 분야에 탁월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원자력 에너지 이용을 크게 확대시킬 수 있다. 그동안 폐기물 처리 문제 등으로 국내 에너지 이용률이 전체 전력 생산량의 40%에 그쳤지만, 중이온가속기를 이용해 폐기물 생성량을 현저히 감소시킬 수 있는 원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중이온 가속기를 통한 연구 결과로 다양한 핵자료가 지원된다면, 원자력 에너지의 연구와 활용 부문에서 진정한 세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가속기 운용시 발생되는 중이온 빔은 X선 등의 방사선 이후 가장 혁신적인 암 치료 기능을 가진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가속기 외 별도의 시설을 추가로 지어야만 가능해, 현재 독일과 일본 등지에서만 이용되고 있다. 중이온 빔은 환부에 최소 오차 이내로 발사할 수 있어 더욱 미세하고, 정확한 시술이 가능해진다.

중이온가속기는 미국·일본·독일이 각각 3기, 프랑스·캐나다·중국 각각 2기 등 총 12개국에서 20여 기를 가동하거나 건설 중이다. 그러나 과학벨트가 건설하려는 대형 중이온가속기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1995년부터 가동 중인 포항의 방사광가속기는 둘레 500m 규모로 건설비용으로 6년간 4350억원이 들었다. 지난해부터 3년동안 성능 향상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다. 현재 연 2500여 명이 이 가속기를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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