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狂 강석진이 쓴 『수학의 유혹』 문외한까지 꼬드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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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4강의 뜨거운 열기가 4천만을 뜨겁게 달군 지 벌써 반년이 돼 간다. 온 국민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거스 히딩크 대표팀 감독과 23명의 태극전사들은 각각 고국으로 돌아가거나 국내외 무대에서 몸값을 높이고 있다. 선진축구를 흠뻑 경험한 한국 대표팀이 궤도에 올라 흔들림없는 전력을 유지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월드컵이 개막하기 수년 전부터 내 머릿속은 온통 월드컵으로 가득 찼다. 때문에 대표팀 기술위원장으로 월드컵을 준비하며 읽었던 『누가 월드컵을 훔쳤나?』(창조집단 시빌구)가 아직도 가장 인상깊은 책으로 남아 있다. 어떤 종교보다 강력하고, 전세계인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열정이 월드컵의 화려한 겉모습이라면 이면에는 추악한 면이 웅크리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수뇌들과 스폰서 기업들의 부패한 뒷거래가 대표적이다. FIFA 출입기자인 저자 데이비드 옐롭은 스포츠 재벌과 상업주의의 결탁, 축구가 어떻게 상업주의에 물들었는지를 냉철한 눈으로 고발하고 있다. 빈민촌 아이들에게 무료로 축구를 가르치는 축구학교를 운영하는 지도자들도 소개, 축구의 미래와 희망도 얘기한다.

축구를 통해 알게 된 수학자 강석진의 『수학의 유혹』(문학동네)은 '골치아프고 어렵기만 한 과목' 수학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준 신선한 책이었다. 아시다시피 강석진은 웬만한 축구 전문가 뺨치는 식견으로 유명하다. 라면을 끓일 때 어떻게 물의 온도를 가늠하고 언제 라면을 넣어야 하는지를 일차함수를 동원해 설명하는, 생활 주변의 예를 활용하는 방식이 수학의 문외한인 나를 수학의 세계로 유혹했다. 중간에 한두 차례 읽기를 포기할 뻔한 위기를 넘겼지만 책장을 덮으면서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2학년 아이들에게 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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