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이미지로 票心 잡아라" 李 점퍼 차림에 안경테 바꿔 盧 웃는 모습 300번이나 촬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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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정치를 하려면 인물이 잘나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이미지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런 주장에 고개를 끄덕인다. "왜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들이 '이미지와 인상'을 우선 순위로 꼽는다는 것. 대중매체의 영향도 크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 역시 이미지 관리에 각별한 노력을 쏟는다.

두 사람 모두 따뜻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부각한다는 게 기본 방향이다.

李후보가 '딱딱하고 귀족적이며 차갑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수술대에 올린 것은 노풍(盧風·노무현 지지 바람)이 한창이던 지난 3∼4월께다. 빌라 파문으로 지지율이 급락하자 점퍼 차림으로 재래시장 순례에 나선 것이다. 지방에선 장급 여관에 숙박하고 식사는 설렁탕이나 곰탕이었다.

차가운 느낌의 무테(테두리가 없는) 안경 테두리엔 엷은 철선을 입혔다. '근엄한 대법관'을 떠올리는 그의 사진도 활짝 웃는 모습으로 대체됐다. 또 찌르고 공격하는 창(槍)의 이미지를 털어내기 위해 광고·홍보물엔 세상을 바라보는 창(窓)이 등장했다. 각이 없이 둥근 선으로만 그린 '아기 동자'의 이미지 캐릭터를 만들었다. 만화가 이현세씨의 작품이다.

김무성(金武星) 의원은 "李후보 주변에 30∼40대 젊은 의원을 대거 포진시킨 것은 젊은층과의 거리감을 좁히려는 시도"라고 했다.

李후보가 전직 대통령들이 참여하는 국가원로자문회의 부활을 약속한 것은 포용력 부족의 이미지를 극복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盧후보는 지난 6월 지방선거 패배에 따른 후보 책임론이 봉합되면서 본격적인 이미지 개선 작업에 나섰다. 급진적이고 불안정하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부드럽고 안정된 이미지로 바꾸려는 시도다.

李후보에 맞서 서민적·인간적 풍모를 강조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김경재(金景梓) 홍보본부장은 "인간 노무현의 매력을 집중적으로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에선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라는 데 초점을 맞춰 포스터와 방송광고를 만들고 있다. 대표적 작품은 현재 제작 중인 '기타 치는 대통령'이란 광고다. '피아노 치는 대통령'이란 영화에서 착안했는데, 기타 치며 노래 부르는 친근한 이미지의 盧후보가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비슷한 내용의 만화광고도 준비 중이다.

시사만화가 박재동씨가 맡았으며, 盧후보가 손수레를 끄는 모습이 나온다는 것. 과격하지 않되 서민적이란 이미지가 목표다.

당 관계자는 "활짝 웃는 모습의 포스터를 만들기 위해 盧후보가 무려 3백번이나 사진촬영에 응했다"고 전했다.

최상연·강민석 기자

chois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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