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찬반 양론 속 市는 눈치보기 급급 장애아 특수학교 6년째 표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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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초·중·고교 과정의 정신지체아 특수교육 시설이 한 곳도 없는 경기도 동북부 지역에 장애아 학교를 건립하려는 계획이 6년째 표류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폐교한 초등학교에 특수학교 조성을 추진하고 있으나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데다 해당 자치단체마저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진전이 없는 상태다.

26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은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팔당리 덕소초등학교 팔당분교가 문을 닫자 1996년 5월 특수학교 설립 계획을 세웠다.

이에 대해 팔당호 주변의 유흥업소·러브호텔·음식점 주인 등이 "영업에 방해가 된다"거나 "땅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이후 98년까지 3년 동안 이들 주민을 상대로 공청회 등을 통해 설득작업을 벌였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자 99년 12월 남양주시 별내면 광전1리 별내초등학교 폐교 부지를 새로운 대상지로 정했다. 그러나 이곳에 2001년 3월까지 유치원과 초·중·고교생 정신지체아 3백2명이 다닐 수 있는 특수학교를 세운다는 계획도 주민 반대에 막혀 무기한 지연되고 있다.

도교육청은 그동안 세차례에 걸쳐 특수학교 설립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주민설명회를 열었지만 특수학교를 기피시설로 생각하는 인식을 바꿔놓지 못했다.

지난 14일 개최된 설명회에서 일부 주민들은 "그린벨트로 묶여 가뜩이나 지역발전이 이뤄지지 않는 마당에 특수학교 등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많은 주민들은 "인근에 쓰레기 매립장이 들어선다고 반대한 데 이어 특수학교마저 외면할 수는 없다"며 "특수학교는 꼭 필요한 시설이며 지역발전에도 보탬이 된다"고 유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어 '주민 갈등'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남양주시의 소극적인 태도도 특수학교 설립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폐교 부지에 특수학교를 새로 짓기 위한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교육청이 요청했으나 남양주시가 심의위원회에 상정조차 하지 않고 묵살했다"고 말했다.

교육청의 계속된 설득으로 주민 반발이 거의 누그러졌는데도 남양주시가 특수학교 설립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남양주시는 "주민 반대를 무릅쓰고 특수학교 시설 결정을 할 경우 집단민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재 경기도 남양주시와 구리시에는 7백30여명의 정신지체아가 있지만 가까운 곳에 특수학교가 없어 서울과 고양 등 먼거리를 오가며 교육을 받고 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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