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형제가 공예 국가대표 자리 겨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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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귀금속 공예분야의 한국대표 선수 자리를 놓고 쌍둥이 형제가 대결을 벌인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26일 "2003년 6월 스위스 상갈렌에서 열리는 제37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나갈 귀금속 공예 분야 한국대표 선수 선발평가전에 쌍둥이 박상준·상용(18·단국공고3년)형제가 후보로 출전했다"고 밝혔다.

형 상준(사진(左))군은 지난해 서울 지역 기능경기대회에서 동메달을, 동생 상용군은 올해 서울지역 기능경기대회에서 은메달을 땄다. 하지만 전국 대회에서는 경험이 많은 사람들에게 밀려 입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만 22세 이하 선수에게만 참가 자격을 주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의 후보선발 기준에 따라 이들은 나란히 후보로 올랐다. 27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1차 평가전에서 자웅을 겨룬다.

초등학교·중학교를 함께 다닌 이들은 단국공고 전자기계과에 입학한 뒤 교내 기능반에서 귀금속 공예를 배우면서 선의의 경쟁을 시작했다. 가정 형편이 비교적 부유하고 성적이 중상위권인데도 공예 기능을 배운 것은 화장품 회사 간부인 어머니 윤미경(43)씨의 영향 때문이다. 어머니는 "귀금속과 보석을 이용한 각종 액세서리 장식의 전망이 밝다"며 권했다.

또 작품 재료를 마련해 주고, 아들들이 국내 귀금속 공예 명장 1호인 진용석(47)씨에게 지도받을 수 있게 했다. 고교 지도교사는 학교 건물 중 남는 공간에 작업대를 설치해 쌍둥이 형제가 수업이 끝난 뒤 기능을 연마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쌍둥이 형제는 내년 1월까지 세차례 선발평가전을 치른다.

형 상준군은 "떨리지만 열심히 노력해 최고의 실력을 겨뤄보고 싶다"고 말했다. 동생 상용군은 "모르는 것을 서로 가르쳐주는 사이지만 이번 평가전만큼은 양보없이 경쟁하고 싶다"고 했다.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는 단 한번밖에 참가할 수 없다. 이번 대회에는 37개국의 선수 7백여명이 참가한다. 한국은 38개 직종에 39명을 출전시킨다.

이무영 기자

m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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