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로 올 310만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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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올해 들어 전세계에서 3백10만명이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로 목숨을 잃었고, 5백만명이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새로 감염돼 전세계 HIV 감염자 및 에이즈 환자는 4천2백만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다음달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을 앞두고 유엔에이즈퇴치계획(UNAIDS)과 세계보건기구(WHO)가 25일 발표한 '에이즈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획기적인 예방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앞으로 2020년까지 모두 6천8백만명이 에이즈로 사망할 전망이다. 이는 1980년대 초 에이즈가 처음 발견된 이래 지금까지 발생한 에이즈 사망자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보고서는 주요 에이즈 확산지역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을 꼽았다. 이 지역에서만 올들어 1백만명이 HIV에 신규 감염돼 역내 에이즈 환자 수는 인도 4백여만명, 중국 1백만명, 태국 70만명 등 모두 7백20만명으로 늘었다. UNAIDS는 특히 "인도·중국·인도네시아 등 인구 대국의 경우 당장은 감염자 비율이 낮지만 앞으로 감염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경우 헌혈과 수혈을 통한 감염자가 많아 지난해 상반기 중 감염자 증가율이 67%에 달했고, 이 추세대로라면 2010년에는 HIV 감염자 및 에이즈 환자가 1천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국제적십자연맹(IFRC)은 24일 마닐라에서 열린 지역회의에서 아시아 지역의 에이즈 확산을 경계하며 "당장 에이즈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아시아도 아프리카처럼 '에이즈 고아' 양산과 같은 사회·경제적 참상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에이즈 대륙'으로까지 불리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올해 3백50만명이 에이즈에 새로 감염돼 총 감염자 수가 2천9백40만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보츠와나를 비롯한 일부 국가의 경우 임산부의 감염률이 30%를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상황이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라면서 "그동안 에이즈 감염률이 높았던 태국과 캄보디아·우간다·잠비아에서 감염률이 떨어지는 등 희망적인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소영 기자 oliv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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