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가 가장 믿는 측근중 측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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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국 역사상 최대의 정부 조직인 국토 안보부가 내년 3월 정식으로 발족된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5일 초대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톰 리지 백악관 국토안보담당국장(사진)을 정식으로 지목했다.

리지 국장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미국 정계에서 국토안보부를 이끌 적임자로 평가된 인물이다. 그는 부시 대통령과는 10여년 전부터 같은 공화당원으로 친구처럼 지냈고, 2000년 대선 때는 유력한 부통령 후보이기도 했다. 피츠버그의 가난한 건축노동자의 가정에서 태어나 장학생으로 하버드대에 들어갔고, 베트남전에도 보병 하사관으로 참전했던 그의 경력은 귀족적 냄새가 강한 부시를 보완하는 데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낙태권을 옹호하는 그의 중도우파적 가치관 때문에 부시는 결국 체니를 선택했지만 9·11 테러 사건이 터진 직후 부시는 그를 국토안보담당 자문관으로 백악관에 불러들였다. 가장 위급한 때에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반증이다.

실제로 그는 테러 혼란의 와중에서 국토안보 관련 기구의 통합계획을 구상했고, 레드·앰버와 같은 색깔별 국가비상시스템 등급제도를 새로 도입했다. 1982년부터 94년까지 연방하원의원에다 펜실베이니아 주지사까지 지낸 배경 덕분에 지방정부·연방의회와의 중재작업도 무난했다.

또 이번 국토안보부 신설이 관세청·이민귀화국·국경수비대·비상계획국·교통안전국 등 무려 22개 기관 17만명의 공무원을 한데 묶는 작업임에도 공무원노조에서 아직까지 큰 반발이 없는 이유 중의 하나도 그의 경력 때문이다. 리지는 대학생 시절 여름방학 때마다 철강노조에서 일했었고 주지사 시절 주정부 노조와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었다.

물론 앞으로 작업이 쉽지는 않다. 지난 44년 국방부 신설 이후 최대의 정부조직이 될 국토안보부를 내년 3월까지 정식 발족, 9월까지 정상 가동시키기 위해 놓인 장애물은 산적해 있고 이것을 어떻게 넘느냐에 따라 그의 정치적 미래도 달려 있는 셈이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joon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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