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산품 無관세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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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이 오는 2015년까지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모두에 공산품 관세의 전면 철폐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선진국보다 공산품에 대해 관세를 많이 물리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시장개방 압력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로버트 졸릭 미 무역대표와 도널드 에번스 미 상무장관은 26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관세 철폐안을 공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요구하는 관세 철폐안은 ▶2010년까지 비농업제품에 대해 관세를 점진적으로 8% 미만으로 인하하고▶2015년까지는 모든 제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며▶현재 5% 미만의 관세를 물리는 상품은 2010년까지 무관세로 하고▶화학제품·종이·원목·건축장비 등 각종 산업 부문에서 신속한 인하가 이뤄져야 한다는 급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도하 라운드 급물살 탈 듯=미국의 이번 제안은 난항을 겪고 있는 WTO의 다자간 무역협상인 도하 라운드에 돌파구를 열어줄 결단으로 풀이된다.

관세 전면 철폐안은 지난달 도하 라운드에서 뉴질랜드가 이미 제안했던 내용이지만 유럽연합(EU)과 일본 등이 속도를 늦출 것 등을 요구하며 반대해 협상이 지지부진했다. 게다가 미국이 WTO보다 국가간 1대1 쌍무협상을 통해 관세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바람에 도하 라운드 자체가 유명무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았었다.

그랬던 미국이 WTO의 틀 안에서 문제 해결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이는 세계 무역자유화는 물론 불황에 빠진 미국 제조업체들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개도국 개방 압력 커진다=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들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예컨대 산업기계의 경우 미국과 EU의 관세는 각각 1.2%, 1.8%지만 아르헨티나는 35%, 인도는 36%다. 협상안은 2010년까지 미국과 유럽이 관세를 완전 철폐할테니 대신 다른 나라들은 이를 6.5% 수준으로 낮추라는 것이다.

공산품의 질이 낮고 관세 인하폭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개도국들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미국은 현재 17.5%인 의류 등 자국의 고율 관세를 2010년까지 5.5%로 낮추는 등 솔선수범을 통해 개도국들의 동참을 끌어낸다는 복안이다.

이정재 기자

jjy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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