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도 은행 합병 싸고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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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프랑스 4위인 크레디 리요네 은행이 유로권 최대 은행인 BNP 파리바 은행에 팔렸다.

프랑스 정부는 3년여에 걸친 줄다리기 끝에 크레디 리요네 은행의 정부 지분 10.9%를 파리바에 넘기기로 지난 24일(현지시간) 최종 결정했다. 프랑스 재무부가 22일 공개입찰 방식을 통한 매각 방침을 발표한 지 사흘 만이다.

파리바는 프랑스 정부 소유의 크레디 리요네 주식 3천8백만주를 매입하기 위해 시가에 49%의 프리미엄을 얹은 주당 58유로씩 모두 22억유로(약 2조6천5백억원)를 지불키로 했다.

함께 입찰에 참여한 프랑스 3위 은행 소시에테 제네랄은 17억9천만유로, 2위 은행 크레디 아그리콜은 16억7천만유로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파리바 은행은 크레디 리요네 은행 주식의 10.5%를 갖고 있는 크레디 아그리콜 은행과 10%를 소유한 알리안츠 그룹의 보험사 AGF를 따돌리고 크레디 리요네의 최대 주주로 부상하게 됐다.

그러나 파리바의 크레디 리요네 인수를 두고 은행 안팎의 논란이 거세다.

파리바 은행의 주주들은 인수가격이 너무 높다고 볼멘소리다. 두 은행의 노조는 이번 지분매각이 합병으로 이어질 경우 대규모 감원사태가 우려된다며 벌써부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사회당의 로랑 파비위스 전 재무장관은 "크레디 리요네와 파리바는 보완적인 요소가 전혀 없다"며 "최소한의 산업 전략적 고려도 없는 졸속 결정"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번 입찰에 참여했던 크레디 아그리콜은 아직 게임이 끝난 게 아니라며 여전히 크레디 리요네를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버리지 않고 있다. 크레디 리요네 주식의 절반에 가까운 소액주주 지분을 증시에서 매입할 수도 있다는 각오다.

사실 프랑스의 전 사회당 정부는 크레디 리요네를 크레디 아그리콜에 매각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매각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이어 집권한 프랑스 우파정부는 선거공약이었던 에어프랑스와 프랑스가스공사(GDF) 등의 민영화가 증시 폭락으로 지연되자 상대적으로 경영여건이 개선된 크레디 리요네 은행의 매각에 매달리면서 엉뚱하게 파리바에 정부 지분이 넘어갔다는 게 사회당과 크레디 아그리콜의 주장이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cielble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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