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지 홍보사원 과장 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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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인문계 고교 2학년이다. 이제 고3이 되는 터라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긴장해 학습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2003년 수능이 끝나자마자 각종 학습지 회사에서 광고를 해 정신이 없다. 선생님들의 감시망을 어떻게 피하는지 쉬는 시간마다 교실에 잘도 들어온다.

들어오는 홍보사원의 말들은 하나같이 과장이 심하다. 다들 자사의 학습지를 공부하지 않으면 대학 문턱에도 못 갈 듯 말을 하니 냉정하게 선택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또 어떤 경우에는 지방에 있는 학교가 수도권 중심지역보다 교육 수준이 열등하니까 꼭 학습지를 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을 해 학생들의 심기를 건드리기도 한다. 우리 교실에만 다섯 개 정도의 학습지 홍보사원이 들어왔다. 다들 귀가 솔깃해지게 단소리만 골라서 하고 타 학습지를 비방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한 학습지 홍보사원이 타 학습지를 비방하는 것을 듣고 이미 다른 학습지에 가입한 학생이 울면서 그 학습지에 재가입하는 일도 있었다. 학생들의 성적 향상을 도우려는 의도는 없는 것 같다. 잔뜩 예민해져 불안해 하는 학생들의 안타까운 심리를 얄밉게 이용하기만 한다.

유보배·인터넷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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