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물건을 새것처럼 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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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나는 동부 아프리카 탄자니아 중심부 도도마라는 작은 마을에서 자랐다. 인도 태생인 할아버지는 1900년대 초, 12세의 어린 나이에 보다 나은 삶을 위해 탄자니아로 건너왔다. 할아버지는 맨손으로 시작해 식품 사업체를 일궜다. 할아버지의 사업은 탄자니아에서 10위권에 드는 규모로 성장했다. 아버지와 그 형제들은 모두 할아버지의 사업에 참여했다. 우리가 탄자니아에 계속 머물렀다면 나도 같은 일을 했을 것이다. 내 나이 16세 때, 우리 가족은 보다 나은 교육과 미래를 찾아 캐나다로 이주했다.

할아버지는 우리가 어릴 때부터 삶의 모든 것에 감사하고 낭비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어렵게 살아온 할아버지는 돈을 매우 아꼈다. 닳은 신발 부위를 수선해 10년도 넘게 신고 다닌 기억이 생생하다.

할아버지는 새 차 대신 중고차를 사라고 강조했다. 손위 형제와 자매에게서 헌 옷을 물려받는 것은 집안의 관례였다. 아버지는 위로 누이만 4명 있었는데, 여섯 살까지 누이들로부터 물려받은 헌 옷을 입어야 했다. 할아버지는 아무리 싼 물건도 열심히 흥정하며 값을 깎곤 했다. 할아버지는 진정한 사업가였다. 자신의 사업을 열심히 키웠고, 항상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찾았다. 아버지는 인간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직원들과 각별하게 끈끈한 유대 관계를 맺었다. 직원 개개인의 가정 형편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으며, 그들과 자주 어울리며 칭찬하고 격려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이런 가르침은 지금 내가 P&G에서 일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나는 회사가 너무 고비용구조라고 판단했다. 직원들에게 절약 정신을 심어주고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생산비와 경비, 물류비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비용구조를 뜯어고쳤다. 영업실적이 나아진 지금도 절약 정신은 계속 유지하고 있다. 나는 자기 만족이 자리잡고 배고픔과 성공을 향한 의지를 잃어버리면 사업에 위기가 닥친다고 믿는다. 이런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직원들이 투지를 잃지 않도록 이끄는 것이 진정한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께 배운 것처럼 나는 직원들과 끈끈한 정으로 인간관계를 맺고 직원 각자가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봉사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실천하고 있다. 아울러 조직이 직면한 문제를 빨리 해결하도록 직원들이 일하는 곳을 직접 돌아다니며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보행 경영'(Management by Walking Around)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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