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재즈는 일맥상통" 김용옥씨 EBS 마지막 강의서 재즈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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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 잇 워즈 마이 웨이(Yes, it was my way)!"

노래를 마치는 순간 그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고 목소리는 갈라졌다. 팝송 '마이 웨이'를 자유분방하게 불러제끼면서 도올 김용옥씨는 마지막 강의의 첫문을 열었다.

지난 8월말 인도의 불교 철학을 주제로 시작한 EBS '도올, 인도를 만나다'가 29일 제 28강을 끝으로 방송을 마친다. 25일 오후 서울 아리랑 TV 스튜디오에서는 녹화 방송이 시작됐다. 무대 중앙에 서있던 칠판은 사라지고 대신 재즈 밴드와 국악 관현악단이 자리를 메웠다.

도올은 "영혼의 감흥을 느끼게 하는 불교의 범패는 흑인들의 영가나 재즈와 상통한다"는 취지 아래 최근 원시 불교의 대표적 경전인 수타니파타를 재즈 선율로 옮기는 작업을 해왔다. 이날 마지막 강의는 그간의 준비 작업을 대중에게 선보이는 자리였다.

상기된 표정으로 무대 위에 오른 도올은 "오늘 강의를 마침으로써 동양의 유·불·도 학문을 모두 섭렵했다. 나의 지나온 길이 자랑스럽다"며 '마이웨이'를 열창했다.

이어서 본격적으로 불교와 재즈를 결합한 음악이 펼쳐졌다. 도올은 직접 '담마파다'의 내용을 추려 랩 형태의 내레이션을 해보이고 시나위 반주와 재즈가 한껏 어우러진 연주 시간에는 리듬에 맞춰 춤을 추는 등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한편 이날 도올은 공연 도중 "향후 신문기자로 활동할 것"이라고 깜짝 선언을 해 좌중을 놀라게 했다. 그는 문화일보에서 12월 2일부터 평기자로 활동할 예정이다. 다음은 공연 후 일문일답.

-기자가 되기로 한 계기가 있었나.

"평생 기자가 되고 싶었지만 좀체로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지난 8월말쯤 문화일보 사장에게서 제의가 들어왔다. 당초 강의를 마치면 영화를 해볼 생각이었는데, 영화보다는 기자가 더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것 같다(웃음)."

-평기자로 시작한다던데.

"1년간은 견습기자의 자세로 사회부 등에서 트레이닝을 거칠 것이다. 그후엔 각 부서와 협의해 필요한 곳으로 투입되지 않겠나. 개인적으론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쓰고 싶고 지성의 정상에 오른 철학자에 대한 기사도 쓰고 싶다."

-유·불·도 3교를 마쳤으니 TV 강의도 이젠 끝인가.

"그렇지 않다. 앞으로 두가지의 주제를 꼭 TV 강의로 할 것이다. 우선 희랍원전인 요한복음서를 토대로 기독교 문화에 대해 논할 계획이다. 그 다음엔 한국사상사를 집대성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

박지영 기자

naz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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