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시조의 기본 먼저 알고 내용 담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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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시조 3장에는 창의적인 공간이 있다. 이것은 일정한 정형의 틀을 갖출 무렵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초장·중장이 같은 보법으로 진행되다가 종장에 와서 반전 즉 율격의 변화를 보인다는 점이 그것이다. 시조만이 가진 독특한 창의적인 공간에 대한 확고한 인식 없이 좋은 시조를 쓰기는 어렵다. 이 점을 모든 응모자들은 늘 유의했으면 한다. 시조가 아닌 자유시를 보내오는 경우가 많고, 시조라고 썼지만 기본 율격을 모르고 쓴 작품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달에는 김성용의 '겨울 문 앞에서'를 장원으로 뽑는다. 참신한 발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겨울이 망나니처럼 가을의 모가지를 벤다'는 표현은 다소 섬뜩하지만 실감나는 대목이다. 폐가의 마루 밑에 버려진 괭이를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는 점도 높이 살 만하다. 특히 같이 보내온 '진달래'라는 단수도 신선한 착상이 눈여겨볼 만했다. 다만 '모가질, 하날, 어깰' 등에서 보듯 낱말을 줄일 때 자칫 어색해 보일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두었으면 한다.

차상으로 뽑힌 김동우의 '인어의 눈물'을 보면 지은이가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음을 짐작케 한다. 간접 경험일 수도 있겠지만, 함께 보내온 작품들과 시의 전편을 살필 때 그렇지 않은 것을 느끼게 된다. 고통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잘 드러나 있다. '쇠창살에 꿰인 냉동된 인어 한 마리'의 울부짖음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창작 활동을 통해 아픔을 승화시키려는 이러한 노력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제목에서도 보듯 '냉동된 인어'라는 비유가 적절한 지는 재고해 보기 바란다.

차하에 뽑힌 김주연의 '코스모스'는 깊은 맛은 없지만 단아하다. 앞으로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 아깝게 선에 들지 못했지만 이중원의 '바람'에서 '그 바람 투명한 양복 차려입은 신사였단다'는 구절은 돋보였다. 하지만 군데군데 파격을 느끼게 하는 거친 표현들을 다듬는 데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모든 응모자들은 시조 형식의 특징에 대한 분명한 이해 후에 새로운 것을 담으려고 부단히 힘썼으면 한다.

심사위원<이정환·오종문>

알 림 중앙 시조백일장은 시조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습니다. 등단하지 않은 신인이면 응모가능하며 응모 편수는 1편 이상입니다. 한 해 동안 월말 장원과 차상·차하에 뽑힌 분을 대상으로 12월에 연말 장원을 가립니다. 보내실 곳:서울 중구 순화동7 중앙일보 편집국 문화부 중앙시조백일장 담당자 앞(우:100-759). 팩스 02-751-5598. 올해 연말 장원 응모자(2001년 11월~2002년 10월 당선자)는 '연말장원 응모작'이라 표기해 12월 6일까지 5편 이상을 보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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