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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 외국기업 많이 오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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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우리나라는 이웃인 중국이나 일본보다 땅이 좁습니다. 인구도 적고, 자원도 많지 않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이들과 경쟁해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그동안은 우리 기업들이 열심히 만든 물건을 다른 나라에 팔아 돈을 벌었습니다. 자동차도 팔고, 배도 팔았습니다. 그 덕에 지금 세계에서 열셋째 경제대국이 됐습니다. 이렇게 외국에 물건을 파는 것을 수출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수출만으로 우리가 돈을 버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도 돈을 벌기 위해 수출에 힘쓰다 보니 전세계에 값싸고 좋은 물건이 넘치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다른 돈벌이가 없을까' 궁리하던 차에 우리 정부가 정반대의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외국으로 나가기만 할 게 아니라 외국 사람들을 끌어들여 우리나라에서 돈을 쓰도록 하자는 것이지요.

우선 떠오르는 것이 관광입니다. 하지만 관광만으로는 외국 돈을 끌어들이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실제로 그동안 관광객을 모으기 위해 애를 썼지만 성과는 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예 돈 많은 외국 기업이 들어오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데 생각이 미치게 됐습니다. 외국 기업이 우리나라에 돈을 가져와 집과 공장을 짓고, 금융기관도 만들도록 하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공장을 세우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곳에서 일할 수 있고, 외국 기술도 배우고, 좋은 물건도 만들 수 있으니까요. 일자리가 많이 늘어날 뿐 아니라 외국 기업들이 물건을 만드는 데 필요한 부품이나 재료를 생산·공급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 세계적으로 유명한 외국 기업이 우리나라에 자리잡으면 이 기업과 거래하는 다른 수많은 외국 기업들도 우리나라를 들락거리게 될 것입니다. 이들이 들어오면 택시도 타야지요, 호텔에서 잠도 자야지요, 은행에 돈도 맡겨야지요…. 이래저래 우리 경제는 강해질 것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동북아시아의 중앙에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세계를 오가는 여러 상품 중 동북아를 거치는 비중이 28%로 유럽·북미에 이어 세계 3위입니다. 일본이 경제대국인 데다 중국이 최근 급성장하면서 물동량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들 동북아 물동량이 우리나라를 거쳐가도록 하면 자연스레 동북아의 중심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웃 나라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일본·홍콩·싱가포르 등이 경쟁 상대이고, 유럽에서는 아일랜드·네덜란드 등이 외국기업을 열심히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이들 국가보다 특별히 내세울 게 있어야 외국 기업들이 올 것입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경쟁국들에 비해 세금이 많고, 영어도 잘 안통하고, 정부의 간섭도 심한 편입니다. 그냥 이대로는 외국 기업들이 들어올 이유가 별로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정부가 고민끝에 내놓은 것이 경제특별구역입니다.

어느 지역을 정해 최소한 그곳에서는 외국인들이 사업하고, 생활하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여건을 만들어주자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외국 기업에 특별 대우를 해주겠다는 뜻으로 경제특별구역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얼마전 국회에서 경제자유구역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경제자유구역은 경쟁국에는 보편화된 제도입니다. 중국 상하이 동쪽의 푸둥 지구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돼 있고, 도시국가 형태인 홍콩과 싱가포르는 국가 전체가 경제자유구역인 셈입니다. 우리가 조금 늦은 것이지요. 우리는 내년 7월부터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그 인근 바다를 메워 만든 송도신도시·김포매립지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할 예정입니다. 또 부산항과 광양항 부근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합니다. 외국 기업이 들어오려면 아무래도 내륙보다는 바다에 접한 곳이 낫기 때문입니다.

경제자유구역에는 왕래가 쉽고, 물건도 쉽게 실어나를 수 있도록 공항과 항만을 늘리고, 창고도 크게 지을 계획입니다.

또 외국 공장이나 사무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산업단지를 만들고, 외국인들이 사는 주거단지와 쇼핑이나 영화를 볼 수 있는 상업단지도 만들 계획입니다. 미국 디즈니랜드와 같은 놀이공원도 만들어집니다. 이곳에는 외국인은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처럼 단지만 많이 만든다고 외국인들이 올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에 들어오는 외국 기업에는 세금을 깎아주기로 했습니다.

또 경제자유구역에서는 영어가 국어와 함께 쓰입니다. 외국인들이 영어로 각종 민원서류를 써낼 수 있고, 길거리에는 영어 간판이 들어설 것입니다.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우리 돈 대신 미국 달러화를 내도 됩니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몸이 아프면 어떻게 될까요. 국내 병원이 익숙지 않아 걱정하는 외국인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경제자유구역에는 외국인들이 이용하는 병원과 약국을 짓기로 했습니다. 이밖에 외국인들이 자기네 나라 소식을 자주 접할 수 있도록 외국방송을 늘리고, 외국인 자녀들이 공부할 수 있는 외국인 학교도 많이 세울 예정입니다. 일부에서는 왜 외국 기업에 특혜를 주느냐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외국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돈을 쓰도록 여건을 만드는 것은 우리 생존에 관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고현곤 기자 hkko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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