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개혁 나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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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일본을 대표하는 논객 사카이야 다이치(堺屋太一·67·사진)가 경제평론에 그치지 않고 고용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는 민간기업들이 근로자들의 전직·재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내년 봄 설립할 '일본고용창출기구(가칭)'의 대표로 내정됐다.

이 기구는 인력이 넘치는 대기업과 구인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들이 함께 참여해 근로자들의 신속한 재배치를 촉진하는 거대하고 투명한 노동시장을 운영한다는 것이 기본목표다. 마쓰시타(松下)전기·NTT서일본·간사이(關西)전력 등 대기업들이 참가하는데다 거물급 인사가 대표를 맡자 일본에선 민간차원의 거대한 사회안전망 1호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직업소개소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고용창출기구가 구직자들을 구직기간(최장 2년) 중 직접 고용해준다는 것이다. 근로자들은 있던 직장을 그만두고 실업자로서 새 직장을 찾아야 했던 기존 관행과 달리 취업자 신분으로 새 직장을 구할 수 있게 된다.

구직자들을 고용하는 데 따른 비용은 이 기구 설립에 참가한 대기업들의 출자금이나 전직이 성사될 경우 받는 수수료, 인재파견 수입 등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이 기구는 또 구직에 나서는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1천2백개 이상의 항목에 걸쳐 능력평가를 실시한 뒤 개인의 시장가치를 매겨 적재적소에 신속히 재배치되도록 할 계획이다.

사카이야는 "고용창출기구는 근로자들의 전직을 위한 '인재 브리지뱅크'가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일본 노동시장에 구조개혁을 일으키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본 경기가 근본적으로 회복되지 않는 한 실업문제를 민간기업 차원에서 풀어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카이야 다이치는 도쿄대 졸업 후 1960년부터 18년간 옛 통산성에서 관료생활을 한 뒤 작가로 변신했다. 62년 통상백서에 '수평분업이론'을 제시해 관료사회의 젊은 이론가로 주목받았으며 77년엔 소설 '유단(油斷)'으로 문단에 데뷔했고 78년부터 직업작가로 나서 지금까지 60여권의 소설·경제평론·희곡 등을 출간했다.

98년 7월 민간의 유연한 발상을 도입하겠다는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전총리의 권유로 경제기획청 장관에 기용돼 2000년 12월까지 일했다. 지금은 주로 경제평론이나 강연활동에 나서고 있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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