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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흑인 연쇄 살인범 용의자는 이스라엘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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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 흑인사회를 공포에 떨게 한 연쇄 살인 사건 용의자가 붙잡혔다고 13일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이스라엘 국적의 엘리아스 아뷰엘라잠(33·사진)은 미시간 주와 버지니아, 오하이오 주 등지에서 주로 흑인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숨지게 하고 15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그의 범행 대상 20명 중 16명은 흑인이었고 또 다른 1명은 피부색이 짙은 히스패닉계 남성이었다. 경찰은 이 용의자가 인종적인 증오심으로 범행을 저질렀는지를 집중 조사 중이다.

미국 경찰에 따르면 아뷰엘라잠은 지난 5월 24일 미시간 주 플린트에서 처음 31세 흑인 남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뒤 이달 초까지 나흘에 한 번꼴로 비슷한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주로 심야에 혼자 있는 흑인에게 길을 묻거나 차가 고장 났다며 도와달라고 접근한 뒤 갑자기 흉기를 휘두르고 달아나는 수법을 썼다. 피해자 가운데는 10대 소년도 포함돼 있었다. 이달 3일 버지니아주 리스버그에서 조깅을 하고 있던 15세 흑인 소년의 뒤로 다가가 흉기로 등을 찌른 사건도 아뷰엘라잠의 소행인 것으로 미국 경찰은 보고 있다. 그는 2달 이상 장소를 옮겨가며 범행을 반복하면서 경찰의 수사망을 따돌렸으나 지난 6일 리스버그 주차장에서의 범행 장면이 방범 카메라에 포착되면서부터 경찰의 공개 수배를 받아왔다. 그는 11일 밤(현지시간) 애틀랜타 공항에서 이스라엘로 가는 비행기를 타려다 시민의 제보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출국 직전 극적으로 체포됐다.

조사 결과 아뷰엘라잠은 지난 5일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교통위반으로 경찰에 붙잡힌 뒤 2년 전에 일어난 폭력 사건으로 잠시 구금되기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그의 차 안에서는 해머와 칼이 발견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그가 연쇄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해 곧 석방했으며 흉기도 다시 되돌려줬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뷰엘라잠은 이스라엘 여권을 소지한 채 미국에 장기 체류 중이었으며 정신과 병원 직원, 주점 점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생활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이웃과 직장 동료 등은 아뷰엘라잠이 비사교적인 성품이라는 것 외에는 특별히 이상한 점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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