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만한 어린이 30% 어른돼도 같은 행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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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3면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 어린이를 단순히 산만하고 부산한 정도라며 방치해선 안됩니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비행 청소년·약물 남용 등으로 발전해 본인의 인생이 불행해짐은 물론 사회적 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집니다."

이 병에 대한 세계적인 권위자로 질병 홍보차 내한한 영국 에든버러대학 소아정신과 피터 호아레(57·사진) 박사는 사회와 개인, 모두를 위해 조기 발견·조기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란 식사나 수업시간에도 늘 부산하게 왔다갔다하는 과잉행동, 매사에 집중을 못하고 싫증을 잘내는 산만함, 때와 장소를 안가리고 하는 충동적 행동 등이 특징이다. 말썽꾸러기형 어린이 병이라고 하면 딱 맞다. 7세 이전에 증상이 나타나지만 과제가 많아지고 규율이 엄격해지는 초등학교 2학년이 되면 명확히 눈에 띈다. 현재 국내에도 치료가 필요한 어린이 환자는 또래의 약 3∼5%정도로 추정된다.

호아레 박사는 "사춘기를 지나면서 부산함은 눈에 띄게 줄어들지만 산만함과 충동적 행동은 성인이 돼서도 지속되는 경우가 30%정도"라고 밝힌다. 성인환자는 직장을 자주 옮기거나 이사를 자주 하며 주의력 부족으로 자동차 접촉사고가 잦은 등의 증상을 흔히 보인다.

그는 "병의 원인은 사회·심리적인 요소보다는 뇌의 집중력을 담당하는 부위에 장애가 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한다"며 "실제로 약물치료에 약 80% 환자가 효과를 본다"고 설명한다. 주된 치료 약제는 각성제의 일종인 메틸페니데이트 계통의 약. 이 약에 반응이 없을 땐 3삼환계 항우울제 등 다른 정신과 약을 사용해 효험을 보기도 한다.약물치료와 더불어 인지-행동 치료, 정신치료 등을 병행해야 한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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