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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김에 사채라도? 잠깐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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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6면

'모 아니면 도' 스타일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돈 빌리러 은행에 갔다가 퇴짜 맞으면 곧장 사채를 쓰겠다고 달려가는 사람들이다. 요즘 가계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지는 등 은행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이런 사람들이 더 늘어날 상황이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면 '은행과 사채 사이'에 해당하는 금융기관들이 꽤 있다.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가 보통 연 10%대, 사채가 연 1백%대 이상인데, 10%와 1백% 금리 사이의 대출상품을 취급하는 곳들이다.

실제로 본지가 직장인·자영업자·주부 등 3개의 가상 사례를 만들어 금융기관별로 대출 가능성을 타진한 결과 은행이 대출을 거부한 자영업자에 대해서도 상호저축은행과 미국계 소비자금융회사, 일본계 대금업체는 대출 의사를 밝혔다. 주부에겐 할부금융회사와 상호저축은행이 돈을 빌려주겠다고 했다.

<표 참조>

급전이 필요할 때 문을 두드려볼 만한 금융기관들을 살펴보자.

◇신용카드회사의 카드론=은행 못지않게 신용카드 회사의 대출 조건도 깐깐한 편이긴 하다.그렇지만 웬만한 사람이면 카드 한장씩 갖고 있다 보니 돈이 급할 때 제일 먼저 카드를 써볼 궁리를 하게 된다. 현금서비스가 편리하긴 한데 금리가 생각보다 높고 대출 한도도 적은 데다 다음 달 결제일에 어김없이 갚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따라서 몇백만원 단위의 급전이 필요하면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카드회사의 카드론을 신청하는 것이 낫겠다. 금리도 현금서비스에 비해 낮은 편이고 1∼2년에 걸쳐 원리금을 나눠갚는 등 상환에 대한 부담도 덜하다. 대출취급 수수료라고 해서 대출금에서 선(先)이자를 일부 뗀다.또 카드론을 받으려면 일정한 소득이 있어야 하고 타사 대출이 많으면 안된다는 등 회사별로 조건이 있다. 카드를 쓴 실적이 많을수록 유리한 조건에 대출받을 수 있다.

◇할부금융회사의 대출전용카드=삼성 캐피탈의 '아하론패스', 현대캐피탈의 '드림론패스' 등 대출전용카드는 연회비가 없는 카드를 발급받은 뒤 현금인출기로부터 대출한도 내에서 원하는 만큼 돈을 뽑아쓸 수 있어 편하다. 매달 10% 이상씩 원금을 갚으면 대출한도가 계속 유지되는 이른바 리볼빙 방식의 상품이다. 신용도에 따라 금리가 카드 현금서비스보다 낮을 수도 있다. 역시 1∼2%의 대출취급 수수료가 붙는다. 소득이 있거나 재산세를 내는 사람 중 할부금융 쪽에 연체가 없고 신용조회를 여러 번 하지 않은 경우이면 대출받을 수 있다.

◇상호저축은행의 신용대출 및 급전대출=상호저축은행들은 지점 인근의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신용대출을 하거나, 제3의 모집인을 통해 대출을 신청한 사람들에게 이른바 '급전대출'을 한다. 일반 신용대출의 금리는 높아야 연 30%대지만 모집인을 통한 급전대출은 금리가 연 60%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대출취급 수수료도 내야 한다. 규모가 가장 큰 한솔상호저축은행의 경우 대출금리가 다른 업체들보다 3∼4%포인트씩 낮은 편이다. 1천만원 이상의 연간 소득이 있거나 재산세를 6만원 이상 내는 사람, 다른 금융기관의 부채가 연간 소득을 넘지 않는 사람이 대출대상이다.

◇미국계 소비자금융회사=얼마 전 문을 연 씨티그룹의 소비자금융 자회사인 씨티파이낸셜은 직장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월 2∼3%의 금리로 신용대출을 해준다. 연리로는 24∼36%이므로 상호저축은행의 신용대출과 비슷한 수준이다. 1천만원 범위에서 최장 3년까지 빌려주며 매달 원리금을 나눠내야 한다. 3%의 대출취급 수수료가 따로 붙는다.

연소득이 1천2백만원 이상인 사람으로서 직장인은 현재 직장에 1년 이상 근무해야 하고, 자영업자는 사업자등록을 한 지 3년이 지나야 대출을 해준다. 남편이 현재 직장에 1년 이상 근무한 주부에 대해서도 대출한다.

◇대금업체=제도권 사채업자라고 할 수 있는 대금업체는 지난 10월 말부터 최고금리를 연 66%까지만 물릴 수 있게 됐다. 일본계 업체들이 성업 중인데 A&O인터내셔날이 업계 1위다. 고정적인 수입만 있다면 누구에게나 돈을 빌려준다. 단 가족이나 친척이 없는 사람, 생활보호대상자 등은 대출 대상에서 제외된다.

글=신예리, 사진=김성룡 기자

shiny@joongang.co.kr

은행권에도 신용이 다소 떨어지는 사람들을 위한 무보증 신용대출 상품들이 있다. 은행의 일반적인 신용대출 대상에 끼지 못하는 고객에게 금리를 조금 더 받고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금리가 일반 신용대출보다 높지만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등 제 2 금융권의 대출상품에 비해선 훨씬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눈여겨볼 만하다.

제일은행의 '제일편한대출'은 만 20세 이상 성인 중 급여소득자·자영업자·자유직업자·국민연금 수급권자·주부 등에게 연 8.5∼17.9%의 금리로 최고 5천만원까지 빌려준다. 일반 신용대출과 달리 제일은행 거래실적이 없어도 연간 7백만원 이상의 소득만 입증되면 대출이 가능하다. 소득이 없는 주부의 경우 배우자의 소득이 있으면 된다. 입사한 지 1년이 채 안된 신참내기 직장인에 대해서도 연간 소득을 추정해 대출해준다. 매달 대출금의 3%만 갚으면 마이너스(한도) 대출처럼 대출한도 범위 내에서 계속 돈을 빌려쓸 수 있다. 제2금융권의 대출상품과 달리 대출취급 수수료가 전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국민은행의 '부부사랑신용대출'은 27세 이상 55세 이하 영세 상인 및 저소득 근로자 가정의 부부가 공동 명의로 대출을 신청하면 연 11.0∼15.4%의 금리로 1천만원까지 빌려준다. 단 ▶주민등록증에 기재된 주소에서 1년 이상 살고 있으며▶부부가 진 부채가 3천만원 미만이고▶국민은행에 연체가 없어야만 가능하다. 국민은행의 '우먼프리론'은 주부 대상 특화상품이다. 본인 또는 배우자 명의로 3개월 이상 소유한 빌라·아파트·연립주택 등에 살고 있으면 1천만원까지 빌려준다. 금리는 연 9.90∼11.90%로 일반 신용대출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미은행의 '퀵머니론'은 인터넷 전용대출 상품으로 25세 이상 55세 이하 남녀 중 일정한 소득만 있으면 1천만원까지 연 9.9% 이상의 금리로 빌려준다. 부족한 신용을 보완하기 위해 서울보증보험에 보험을 들기 때문에 4%의 취급 수수료를 별도로 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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