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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주말 골퍼들 사이에 입소문 났다 “거기 가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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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최근 주말 골퍼 사이에 이런 소리가 자주 들린다. 아마추어 골퍼 사이에 입소문이 퍼진 장소는 바로 경기도 가평의 아난티 클럽 서울.

옛 리츠칼튼 골프장을 리모델링했다는 바로 그 코스다. golf&이 지난 6월 재개장한 아난티 클럽 서울을 찾아가 골프장 운영 철학과 컨셉트를 들어봤다.

①골프장이 아닙니다

때론 클럽, 때론 고급 휴양지

리모델링을 마치고 지난 6월 재개장한 경기도 가평의 ‘아난티 클럽 서울’ 클럽 하우스 내부 모습. 전통적인 클럽하우스 분위기와는 다르게 세련된 조명과 독특한 인테리어로 마치 특급호텔 로비나 화랑의 내부를 연상케 한다.[김상선 기자]

승용차를 타고 입구에 들어섰는데 클럽하우스가 보이지 않는다. ‘분명히 여기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건물이라곤 도통 보이지 않는다. 아치형의 기둥만이 서있을 뿐이다.

“저어, 여기 클럽하우스가 어디인가요.”

입구에 서있는 직원에게 물어보니 여기가 바로 클럽하우스란다. 그 말을 듣고서야 벽 앞에 서니 문이 저절로 열린다. 컴컴한 건물 내부엔 지하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자리 잡고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간 뒤에야 프런트 데스크가 나타난다. 건물 내부엔 클럽에서나 들을 수 있는 하우스 뮤직이 울려 퍼진다.

전통적인 클럽하우스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클럽하우스 바깥으로는 자작나무 숲을 배경으로 물이 가득 찬 수영장이 눈에 띈다. 풀 사이드에는 비치 의자가 놓여 있고, 칵테일을 만드는 바도 마련돼 있다. 골프장이라기보다는 동남아시아의 고급 휴양지를 연상시킨다.

②신개념 놀이터로 변신

어르신은 골프, 젊은이는 풀사이드서 파티

“안녕하세요. 총지배인입니다.”

수영장이 보이는 클럽하우스 뒤편에서 포즈를 취한 안성태 총지배인(오른쪽)과 최무열 총주방장.

세련된 스타일의 캐주얼 정장을 입은 젊은 신사가 우리 일행을 맞는다. 호텔 매니저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이 남자가 총지배인이라니-. 안성태 지배인은 올해 나이 서른아홉이다. 스위스호텔학교를 나와 국내외 특급 호텔에서 잔뼈가 굵은 호텔리어 출신이다. 실제로 안 지배인은 2005년부터 2008년까지는 서울의 W워커힐 호텔에서 일했단다. 금강산 아난티 리조트를 거쳐 지난해 11월부터는 아난티 클럽의 총지배인으로 일하고 있다. 30대 호텔리어가 골프장 총지배인으로 전업한 계기가 궁금했다.

“골프장 같지 않은 골프장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호텔에서 일하면서 배운 노하우를 골프장 클럽하우스 운영에 접목해보고 싶었지요. 제 뜻을 알아주는 오너를 만난 것도 행운입니다.”

골프장 같지 않은 골프장, 그래서 골프장 이름도 ‘아난티 골프장’이 아니라 ‘아난티 클럽 서울’이란다.

“우리 골프장은 ‘명문’을 표방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골프장을 ‘클럽’처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장소로 만들고 싶습니다. 중·장년층은 골프 코스에서 골프를 즐기고, 젊은이들은 풀사이드에서 파티를 하고, 어린이들은 수영장에서 맘껏 뛰어놀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저희의 컨셉트입니다.”

③해장국·국밥·찌개 안팔아요

토속 음식 멋스럽게 드립니다

클럽하우스의 음식도 색다르다. 일단 음식을 담은 용기부터 다르다. 제사 때나 쓰는 작은 놋쇠그릇 안에 장어덮밥과 옹심이 수제비, 김치 등이 담겨져 나온다. 점심 메뉴는 장어덮밥과 옹심이 수제비 등등이다. 저녁식사 때는 3㎝ 두께의 돌판 위에 스테이크가 얹혀져 나오기도 한다. 한국의 전통 음식과 그릇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솜씨가 남달랐다. 이런 음식을 만들고 준비하는 사람은 최무열(41) 총주방장이다. 최 주방장 역시 신라ㆍ워커힐과 W호텔 등을 거친 호텔리어 출신이란다.

“지난해 안성태 총지배인의 제의를 받고 골프장으로 직장을 옮기게 됐습니다. 처음엔 무척 망설였지만 ‘골프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바꿔보자’는 안 지배인의 제안을 결국 받아들였습니다. 함께 일했던 안 지배인을 믿었던 거지요. 지금도 후회는 없습니다.”

아난티클럽의 레스토랑에선 김치전골이나 국밥·해장국 등의 메뉴는 찾아볼 수 없다. 중·장년층 골퍼들에게 익숙한 이런 메뉴가 없으면 불만을 사지는 않을까. 최 주방장의 말.

“골프장 밖에서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예 내지 않는다는 게 저희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우리 클럽 메뉴에는 김치찌개와 해장국은 없습니다. 이런 음식은 골프장 바깥에서도 먹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꼭 김치찌개를 먹고 싶다’고 말씀하는 분이 있으면 아예 무료로 드립니다. 김치찌개라는 음식을 천대하는 게 아니라 현대적으로 해석한 우리나라 토속음식을 대접하고 싶은 게 저희의 욕심입니다. 그래서 저희 레스토랑의 모토는 정성과 배려입니다.”

④ 코스도 남 다르죠

자작나무 아래서 티샷

백자작나무가 줄지어 늘어선 골프 코스. [김상선 기자]

옛 리츠칼튼 골프장은 코스가 무척 좁고 짧은 편이었다. 그러면서도 인공적으로 코스를 만들어내다 보니 티잉 그라운드에서 그린이 보이지 않는 홀이 많았다. 그래서 티샷을 할 때 드라이버를 잡지 못하도록 하는 홀도 있었다. 당연히 좋은 평을 받기는 어려웠다. 골프장 측은 2008년 8월부터 문을 닫고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새로 고친 코스에 들어서니 줄지어 늘어선 백(白)자작나무가 눈에 띈다. 키 큰 나무 아래 티샷을 하는 기분이 새롭다. 새로 심은 1만 그루의 자작나무와 울창한 잣나무 숲이 주는 느낌이 푸근하다. 옛 코스의 자취는 찾아보기 어렵다. 코스를 완전히 갈아엎어 리모델링이 아니라 재건축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 최고 수준의 코스는 아니지만 주말 골퍼들이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준급 코스로 탈바꿈한 셈이었다.

이 골프장을 다녀온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호평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클럽을 연상시키는 과감한 컨셉트에 대해서는 부담스러워하는 이도 있었다. 한국캘러웨이 김흥식 이사는 “새로운 개념의 골프장이다. 골프장이 이렇게까지 변신할 수 있다는 데 대해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골프존 이동훈 상무는 “아난티 클럽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스타일리시(stylish)’다. 그런데 김치전골은 메뉴에서 빼고 놋쇠그릇에 음식을 담아내는 이런 스타일을 중ㆍ장년층 골퍼도 좋아할지는 알 수 없다”고 평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또 가고 싶은 골프장임엔 틀림없다”고 입을 모았다.

가평=정제원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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