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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재앙에서 깨달은 자연의 소중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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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쓰나미 재앙으로 소중한 목숨을 잃은 사람의 수가 이제 30만명에 육박한다. 이 재앙을 통해 우리가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국가마다 경쟁이라도 하듯이 내놓고 있는 구호 물자인가, 자원봉사자의 수인가, 아니면 기부금의 액수인가? 물론 이 모든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보다 더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자연에 대한 사랑과 존중이다.

쓰나미와 관련된 수많은 기사 중 유독 눈에 띄는 세 기사가 있었다. 첫째는 "동물들이 재앙 속에서 죽은 흔적이 없다"는 기사와 "원시 부족들이 육감으로 대피했다"는 기사다. 그리고 셋째가 9일간 표류하다 기적적으로 생존한 한 인도네시아 청년의 기사다.

첫째 기사와 둘째 기사에서 언급된 동물과 원시부족은 현대 문명과는 동떨어진 자연 속에서 삶을 영위함으로써 자연이 부여해주는 혜택을 누린 셈이다. 동물들은 자연현상의 변화를 본능적으로 느껴 재앙을 피할 수 있었고, 원시 부족들은 바람과 새들의 날갯짓을 통해 자연현상을 파악하는 지혜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들이 자연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자연과의 친화적 관계 때문이다.

셋째 기사에서 인도네시아 청년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자연이 인간에게 준 풍요로움 때문이다. 그는 자연이 준 나무로 구명선을 대신했고, 하늘이 준 생명수(빗물)를 의지해 목숨을 구한 것이다. 이는 바로 자연이 우리에게 준 축복이 아닌가.

그러나 우리 인간은 개발(관광지)이라는 이름 하에 자연을 파괴했다. 그것을 위해 동물을 우리 곁에서 몰아내고, 원시 부족의 삶의 터전인 자연을 빼앗았다.

그리하여 그들과의 관계는 멀어질 수밖에 없었고, 동물의 본능을 이용하거나 원시 부족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다. 우리가 인위적으로 만들어가는 개발이라는 위장된 행복이 우리를 파괴하는 비극을 낳은 셈이다. 만일 우리가 동물.원시 부족과 공존해나가는 삶을 추구했다면 그래서 자연을 가까이 했다면 이런 끔찍한 재앙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저지르고 있는 온갖 종류의 자연 파괴를 즉시 중단해야 하며, 자연 친화적 생태계를 만들어 생명이 있는 것 모두가 공존하는 세상을 만드는 게 우리가 앞다퉈 해야 할 일이다.

정장화 서울 강동구 명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