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과 행복의 함수 관계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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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작가 로제 그르니에(83)가 개에 관해 쓴 에세이로 율리시즈란 그가 기르던 개의 이름이다. 그러나 책은 '율리시즈'에 관한 개인적 감상이나 애완견 찬양으로 흐른다기 보다 세계적인 작가들의 삶과 작품에 중요한 역할을 한 여러 종류의 개들에 대한 심미적인 관찰로 이뤄져 있다. 책의 핵심은 인간과 동물과의 관계를 통해 인간 세계를 들여다보려는 데 있다.

간혹 생소한 이름들이 등장하는데다 개와 사람이 관계 맺는 방식을 통해 인간성을 탐구하는 철학적 질문도 다수 포함돼 있어 국내 독자에게 녹록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역자는 저자의 조언을 받아가며 원서에 없는 많은 사진자료와 각주를 첨가했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은 루소·세르반테스·보들레르·발레리·릴케·사르트르·라캉·플로베르·카뮈 등의 문인을 비롯해 화가 고야, 영화배우 찰리 채플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폭넓다. 릴케는 개가 처한 상황을 '(인간 중심의 세상에)제외되지도 않고 포함되지도 않은' 상태라 하며 '말테의 수기'에서 잉에보르그의 개 '카발리에'를 통해 사랑과 상실의 고통을 아름답게 표현한다. 릴케는 실제로 개와의 이별이 두려워 개를 키우지 못했다고 한다.

보들레르가 궁핍하고 '낙오한 개들'에 애정을 가졌다면 앙리 미쇼는 그런 개들을 '악취의 대가'라고 단정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그보다 훨씬 고상하게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개 플러시에게 '심지어 종교까지도 냄새로 지각한다'라고 말한다. 소설가 콜레트 오드리는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기 어머니 품 속보다 더 아늑하고 더 확실한 은신처를 찾아낸 것이다"라며 개를 예찬한다.

그러나 저자는 카프카의 작품 '중년의 독신자'를 예로 들며 이렇게 묻는다. "개를 키우는 것이 '개의 행복'을 위한 것인지 '인간의 행복'을 위한 것인가?"

저자는 문인들은 대개 동물에 봉사하기보다 동물을 이용하는 편이라고 결론을 짓는다. 사람과 동물 사이의 관계에 있어 신세를 지는 쪽은 항상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하며 관계와 사랑에 대해 자숙해볼 것을 요구한다. 인간들 사이에서 존재하지 않는 변치 않는 사랑과 희생에 대해 묻는 것이다. 한국에도 엄청난 애완견이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다. 머리를 쓰다듬어주기 전 이 책을 읽고 한 번쯤 개와 자신을 돌이켜 보는 건 어떨까.

우상균 기자

hothea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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