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400권씩 구입 愛書家들 아직도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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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갤럽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 인구 중 한 달에 책 한 권도 안 읽는 사람이 56%에 달하며, 한 달 평균 도서구매 권수는 0.9권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러나 입이 벌어질 정도로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알라딘의 최상위 고객 5백명은 평균 한 달에 두 번, 그것도 한번에 15만원씩을 책 구매에 쓴다. 1년에 무려 24회에 걸쳐 3백60만원어치의 책을 사는 셈이다. 권수로 치면 1년에 4백권 안팎의 책을 구입하는 것이다.

해마다 꾸준히 이만한 책을 구입한다. 책 읽기를 넘어서서 책 컬렉션의 경지에 이른 고객들이다. 분석을 해보니 이들의 평균 연령은 37세, 남녀는 반반이고, 이 중 10% 이상이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의도·분당·일산·송파·서울대·KAIST에도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지역들의 공통점은 대체로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 벤처기업, 중산층 아파트, 그리고 지식인 밀집지역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대도시와 중소도시를 제외한 읍·면지역 거주자는 4%에 불과하다. 직업 분포는 다양하나 그래도 학문 연구를 업으로 하는 대학 교수가 많다. 회사 임원과 법조인, 의사와 고위 공무원도 자주 눈에 띈다. 대체로 보면 고소득이고, 개인 연구실이나 사무실이 있어서 책을 보관할 공간이 비교적 여유있고, 시간 조절에 재량권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보다 훨씬 눈에 자주 띄는 다수는 평범한 회사원, 주부들이다. 엥겔의 법칙을 뒤엎고 책에 최우선적 투자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다만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은 찾아보기 힘들다. 책에 대한 사랑과는 별개로 일정한 자기 수입이 없어서일 것이다.

덧붙이자면 여기 통계는 모두 알라딘의 고객데이터로부터 추출되며, 표본집단의 구성원 수가 통계상 의미있는 경우만 소개할 예정이다. 미국의 아마존은 'Purchase Circle'의 이름으로, 알라딘은 '그룹별 베스트셀러'에서 유사한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다양한 독서경향을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

물론 개인정보 보호와 정보 공유라는 인터넷의 두 전제에 기초해 익명으로 조사되는 것은 당연하다.

조유식 인터넷서점 알라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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