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앨범 'SOONY 6' 낸 장 필 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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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필순이 돌아왔다. 1997년 5집 앨범을 낸 이후 좀체 만나보기 어려웠던 가수였다. 그녀가 오랜 겨울잠에서 깨어난 듯 큰 기지개를 켜고 있다. 6집 앨범 '수니 6'를 내고 콘서트 무대까지 준비하고 있다. 바짝 마른 몸에 거칠지만 친숙한 목소리는 변함 없다. 5년이란 기나긴 시간 그녀는 어디서 무엇을 했을까.

"아무것도 안한 거는 아닌데…."

뭔가 내놓기 쑥스러워하는 듯한 미소도 여전하다.

그동안 하나뮤직(조동진이 이끌고 있는 음악 프로덕션) 식구들과 계속 작업을 해왔다. 단독 콘서트는 아니었지만 간간이 무대에도 섰고, '겨울노래''바다''꿈' 등의 타이틀로 제작된 하나뮤직 프로젝트 음반에도 참여해왔다. 이 프로젝트 음반은 가까운 가수들이 서로 같은 주제로 한 곡씩 자작곡을 만들어 참여한 것. 그녀는 여기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한다.

물론 장필순을 특별히 좋아하고, 그녀가 조동진 사단인 하나뮤직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적극적인 팬들로부터는 꾸준한 관심을 끌어왔다.

그러다 큰 숨 한번 내쉬고 새 앨범을 내놓았다. 음반을 준비하는 데 3년이나 걸렸다고 했다. 3년이라고?

"놀며 쉬며, 천천히 한 곡 한 곡씩 작업을 해왔거든요."

그녀는 "내가 욕심이 너무 많아서요"라며 웃었다. 욕심을 부리며, 때로는 다스리며 긴 시간을 지내오는 동안 나름대로의 '공백기론(論)'까지 갖게 됐다고 한다.

첫째는 오랜 '공백기'를 통해 잃는 것도 있고, 얻는 것도 있다는 것. 자주 얼굴을 비추지 못하기 때문에 대중으로부터 잊혀진 존재가 되어가는 게 잃는 것이라면, 자기 자신한테 보다 진지해질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갖는다는 것이 얻는 것이다. 공백기를 가지면서 주변을 의식하면 당연히 고통의 연속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을 잘 극복하면 5년이란 시간도 짧기만 하단다.

그녀의 새음반 'SOONY 6'은 바로 그녀만의 욕심과 고집, 오기가 맺은 단단한 결실이 아닐까 싶다. 왜 음반 제목이 '수니'냐는 질문에 허무한 대답이 돌아왔다.

"주변 가까운 선후배들은 '필순이'가 아니라 그냥 '순이'라고 불러요. 그냥 발음대로 쓰면 '수니'잖아요."

6집을 만드는 과정에서 아직 제목이 정해지지 않은 그 음반을 가리켜 누군가 '수니 6집'이라고 불렀는데 결국 그게 진짜 제목이 되고 말았다고 한다.

이번 음반엔 '어떻게 그렇게 까맣게'등 그녀가 직접 만든 3곡, '고백''신기루' 등 조동익이 만든 4곡, '동창'등 윤영배의 3곡이 들어가 있다. 그 가운데서도 그녀의 곡 '어떻게 그렇게 까맣게'가 가장 먼저 귀를 사로 잡는다. "어떻게 그렇게 까맣게 잊을 수 있을까. 어떻게 그렇게 까맣게…"라는 가사가 읊조리듯이 반복되는데 그녀 특유의 허스키하고 차분한 목소리가 가슴에 와닿는다.

그리움과 외로움은 그녀 노래의 키워드다. 그녀의 노래는 별 꾸밈도 없고, 그렇다고 처량하지도 않다. 한마디로 담담하다. "가능하면 쓸데없는 과장을 추려내고, 화려함을 소박함으로, 컬러를 흑백으로 만드는 느낌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그녀의 설명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앨범을 내는 동시에 그녀는 "동창"이란 제목으로 12월 18∼22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02-525-6929)에서 콘서트를 연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콘서트를 준비하는 마음이 가볍지 못하네요. 콘서트 무대가 기존의 곡들을 생(生)으로 들려주는 그런 단순한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음반으로는 경험하지 못하는 새로운 경험을 객석에 선물해줘야 하는데…."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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