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피의자 인권보호 '큰 걸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15일 법무부가 내놓은 고문수사 재발 방지 대책의 내용은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면서도 원활한 범죄수사를 위한 각종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법무부가 인권 보장을 위해 특별조사실을 없애고 변호인이 피의자 신문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한 것에 대해 법조계에서 대체로 환영하는 반응이다. 그러나 참고인을 강제로 소환하거나 허위로 진술한 것을 처벌하겠다는 방안에 대해서는 변호사·시민단체 등에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입법 과정에 논란이 예상된다.

◇인권 보장 대책=핵심은 피의자 조사 과정에 변호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된 것이다. 검찰은 그동안 형사소송법의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허용하지 않았으나 구타사망 사건이 터지자 이를 수용했다. 법무부는 변호인 참여권을 고문방지 특별규칙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반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피의자 신문 과정에 변호인의 참여가 무한정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법무부는 ▶피의자의 허위 진술▶공범 도피▶증거수집 장애나 수사 지연이 우려되는 경우 등에 한해 이를 제한하도록 할 방침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오는 22일 전국지검장·지청장 회의를 열어 변호사 참여 허용 범위와 관련한 법무·검찰의 의견을 최종 조율해 구체적인 시행 방법을 확정하기로 했다.

이밖에 밤샘 조사와 검사가 아닌 검찰 직원들의 단독 조사도 금지됐다. 그러나 밤샘 조사의 경우 조사를 받는 사람이 원하거나 구속영장 청구가 임박한 피의자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 경우 반드시 조사를 받는 사람이나 변호인의 동의를 얻도록 했으며 담당 검사는 차장검사나 해당 지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참고인 구인제 등 논란=법무부 장윤석 검찰국장은 "피의자 신문시 변호인 참여를 보장하면 사실상 피의자로부터는 범죄를 입증할 진술을 들을 수 없게 된다"며 "이 때문에 범죄 수사를 위해서는 참고인들의 진술을 확보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것이 법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참고인 구인을 검사의 재량이 아닌 판사로부터 영장을 발부받는 방식으로 하면 인권 침해 시비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변(民辯)소속 임영화(林榮和)변호사는 "참고인 진술의 허위 여부는 법정에서 판가름할 수 있는 것인데 검찰이 이를 처벌하겠다는 것은 또 하나의 강압수사"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전제일 간사 역시 "두 제도 모두 국가가 형벌권을 남용하는 것으로, 수사기관의 편의주의적 발상에 불과하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원배·전진배 기자

oneby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