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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취향 : 李 "짬나면 음악" 盧 "뭐든 호기심" 鄭 "운동이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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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선 주요 후보들, 이른바 빅3를 검증하기 위해선 정책과 공약, 정치 이력을 살피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그들의 평소 습관이나 취미, 식사나 음주 버릇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의외로 그런 쪽에서 후보의 인간적 측면을 알 수 있고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기 때문이다.

이회창은 명상형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는 짬 나는 대로 명상을 하며 생각을 가다듬는다. 휴식을 위해 들르는 후원회 사무실이나 집에선 늘 음악을 틀어놓는다. 승용차 안에서도 음악을 듣는다. "낯선 장소에 들어섰을 때 클래식이 흐르고 있으면 친근감을 느낀다"고 한다. 클래식·가곡·민요·팝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오페라 아리아를 가장 좋아한다.

노래를 잘 부르는 편은 아니다. 오히려 박자를 잘 맞추지 못하는 '리듬치(癡)'에 가깝다. 한 측근은 "리듬은 못 맞춰도 굵은 톤의 목소리가 가곡이나 아리아풍의 노래에 잘 어울린다"고 주장한다.

李후보가 최근 열심히 배운 노래가 있다.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다. 주변에서 "요즘 노래도 배워야 한다"고 권해 배웠다. 가사를 보지 않고도 부른다고 한다. 자투리 시간엔 영자신문을 소리내 읽거나 뉴스 전문채널인 CNN을 크게 틀어놓고 듣는다.

법관 시절엔 등산·테니스·탁구를 즐겼다. 테니스로 법관대회에서 상도 탔다. 골프는 부장판사 때 시작했다. 티박스에서 연습 스윙을 하지 않고 바로 목표점을 향해 공을 날린다. 스코어는 90타 정도.

노무현은 탐구형

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는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보이고 열정적으로 몰입한다. 컴퓨터나 골프도 '탐구하는 자세'로 접근했다.

영어회화를 배우던 때의 얘기다. 盧후보는 1990년대 초 자신을 수행하던 비서 高모씨에게 영어를 배웠다. 盧후보는 이동 중인 차 속이나 일과 중 틈틈이 과제를 소화했다. 게으름을 피운 적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컴퓨터를 처음 접했을 때도 그는 먼저 컴퓨터 입문서를 사 용어부터 외웠다. 그리곤 컴퓨터를 직접 뜯어보고 비교하면서 실력을 다졌다.

98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후 무료한 시간을 보내느라 골프를 시작했다. 코치는 2년 앞서 골프를 시작한 부인 권양숙(權良淑)씨. 權씨는 "盧후보는 한번 빠져들면 매섭게 돌진하는 성격이다.

골프를 시작할 때도 밤새워 책을 뒤적이고 비디오 테이프를 돌려가며 근육의 각도와 움직임까지 세세히 연구했다"고 전한다. "스윙 폼과 매너가 좋다"는 얘기를 듣는다. 부인 權씨는 "산꼭대기까지 가서라도 자기 공을 찾아 칠 만큼 매너가 좋다"고 전한다. 요즘은 1백타 안팎 수준이다.

스포츠 매니어 정몽준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후보는 스포츠광이다. "10명이 모이면 축구, 4명이 모이면 골프, 2명이 모이면 테니스를 한다"는 말을 듣는다. 지난 9월 백마부대를 방문했을 때도 장교들과 60분 간 축구시합을 벌였다. 지방 일정엔 지역단체 인사들과의 조기 축구가 빠지지 않는다.

스키와 승마에도 소질이 있다. 대학 시절 전국체전 승마선수로 출전해 장애물 비월(飛越) 부문에서 입상했다. 전국체전에선 스키 동메달을 땄다. 테니스도 잘 친다. 부인 김영명(金寧明)씨와 사귈 때 주말마다 테니스를 함께 치며 사랑을 키웠다.

골프도 좋아하고 장타이지만 스코어는 90∼1백타 정도다. 퍼팅 때 그린을 살피고 또 살피는 세심한 면도 있다고 한다. "골프도 스포츠인 만큼 공정해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그래서 봐주기가 절대 없다. 가까운 사람들과 '5천원짜리' 내기 골프를 해도 게임에 이기면 반드시 돈을 챙긴다.

단골 옷집은 어디

李후보는 시내의 21세기 양복점·장미라사 등이 단골집이다. 가격은 대개 1백만원대. TV토론이 많은 요즘엔 홍보팀이 기성복과 점퍼·넥타이를 구입해 코디한다.

李후보는 옷보다 헤어스타일과 구두에 더 공을 들인다. 보통 남자구두보다 굽이 2∼3㎝ 정도 높은 일명 '키높이 구두'를 신는다. 97년 대선 때 신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발에 익어 맞춰 신는다. 머리는 보름에 한번 꼴로 전속 이발사가 출장을 나와 만져준다. 법관 시절엔 동네 대중탕과 이발소를 다녔지만 정치를 시작하면서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져 출장 이발로 바꿨다. 올초부터는 30대의 여성 코디네이터가 염색과 이발을 맡고 있다.

盧후보는 외모에 은근히 신경을 쓰는 편이다. 매일 아침 직접 드라이로 머리를 만지고 양복과 넥타이도 일일이 신경 써 고른다. 감색이나 진회색 양복을 자주 입으며, 포도주색이 도는 붉은 넥타이를 좋아한다. 최근엔 '안정감과 차분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파란색과 미색 등을 번갈아 맨다.

盧후보는 주로 30만∼40만원대의 국산 기성복을 사 입는다. 그중 신사복 브랜드인 '파크랜드'옷이 제일 많다. "중저가인데다 부산 기업이란 점이 끌린다"고 한다.

한때 무좀으로 고생했던 盧후보는 발가락양말을 신고 다닌다. 이 사실이 시중에 알려지면서 '노무현양말'이란 별칭이 생겼다.

이마에 깊게 팬 주름을 없애려 보톡스 주사를 맞은 것도 알려진 얘기. 盧후보는 "아는 사람이 (보톡스)서비스 해준다고 해서 맞았는데 부작용이 생겨 후회막급이다.

鄭후보는 베스트 드레서에 여러번 뽑혔지만 실상은 좀 다르다. 며칠째 똑같은 넥타이를 매고, 옷 매무새에도 신경쓰지 않아 바지 저고리에 구김이 가 있을 때가 많다.

지난 9월 지리산 등반 때는 옆창으로 하얀 양말이 살짝 비어져 나올 정도로 낡은 검정색 구두가 화제가 됐다. 鄭후보는 "10년이 넘은 건데, 편해서 꿰매 신는다"고 태연하게 말했다. 신발 사이즈 3백㎜다.

부인 김영명씨도 인터넷 홈페이지에 "안에서 얼마나 챙겨주지 않기에 남자가 저렇게 구질구질하게 다니나 하고 손가락질이라도 받을까봐 조마조마할 때도 있다. 제사 때 시댁 어른이 모인 자리에서 지적을 받기도 했다"고 적고 있다.

정몽준 패션은 '메이드 인 이태원'이다. '런던양복점'이란 곳에서 단골로 맞춤 양복을 사 입는다. 맞춤집이지만 큰 사이즈의 기성복도 파는데 가격은 40만원선이다. 박진원 기획단장은 "와이셔츠도 10만원에 4장짜리를 이태원에서 사 입는다"고 귀띔했다.

어떤 음식 즐기나

李·盧후보는 소식을 한다. 鄭후보는 대식가다. 李후보는 어릴 적 부친으로부터 "더 먹고 싶을 때 숟가락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어 습성이 몸에 뱄다고 한다. 盧후보도 체중이 조금 불었다 싶으면 밥 반 그릇을 덜어내고 먹는다.

李후보는 된장찌개와 산채나물·면류를 즐긴다. "된장찌개 하나만 있으면 밥 한 그릇을 금세 비울 정도"여서 매끼 된장찌개가 식탁에 오른다. 멸치·조개·다시마로 맛을 낸 육수에 된장과 곱게 간 청국장을 풀어넣은 된장찌개를 좋아한다. 李후보는 식사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밀가루 음식을 좋아해 종종 '삼청동 수제비집'도 찾는다. 선친 생전에는 주일미사를 마치고 부모님과 함께 혜화동 성당 주변의 음식점 '목동'에서 우거지국을 먹곤 했다.

간식을 멀리하는 盧후보와 달리 李후보 곁엔 군것질 거리가 떨어지지 않는다. 대구포·찹살떡·황남빵(빵 속에 단팥이 든 것, 일명 경주빵) 등으로 다양하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붕어빵이다. 붕어빵 장수가 있으면 차를 세운다. 李후보는 특히 사탕을 좋아한다. 자동차나 집무실에 항상 사탕 통이 놓여 있다. 우두둑 소리가 날 정도로 씹어먹는 게 특징. 비서가 "이빨 상하십니다"라고 하자 "이 사람아, 사탕은 이렇게 먹는거야" 했다.

盧후보는 "4가지 이상 반찬을 올리지 말라"고 엄명을 해 식단이 단출하다. 종류를 달리한 젓갈과 김치·찌개·생선 등이다. 盧후보는 도라지 나물·미더덕 찜·토란탕 같은 전통음식을 좋아하고, 특히 삼계탕을 자주 먹는다. 효자동 네거리에 있는 삼계탕집 '토속촌'이 단골집이다.

鄭후보는 뭐든 잘 먹는다. 음식을 남기는 법도 없다. 식욕이 떨어지는 조찬 모임에서도 그릇을 다 비운다. 부인 金씨는 "평소에도 남들의 두배인데 피곤하면 더 많이 먹어 국을 세 그릇이나 해치울 정도"라고 했다.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서는 밤참도 챙겨 먹는다. 최근 대구 방문 때는 저녁 식사 후 호텔에 들어와 "배고파 안되겠다"고 해 보좌진이 우동을 시켜준 일도 있다.

鄭후보가 좋아하는 것은 된장찌개·된장국·김치와 자장면. 자장면을 먹을 때는 꼭 양파 한 접시를 따로 시킨다. 북한산 등산로 초입에 있는 '옛날민속집'에 자주 가는데 이 집의 된장찌개·막걸리를 가장 좋아한다.

주량과 술버릇

李후보는 젊었을 때 제법 마시는 편이었다고 한다. 요즘도 흥이 나면 직접 폭탄주를 만들어 네댓 잔 정도를 돌린다. 李후보의 폭탄주는 '순도 1백%'다. 맥주를 거품없이 가득 따르고, 스트레이트 잔에도 위스키를 가득 부어 만든다.

盧후보는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위스키 같은 독주는 거의 입에 대지 않고 소주 서너 잔 정도다. 기분이 좋아지면 앉은 자리에서 흥얼흥얼 노래를 부른다. 노래방에 가면 유쾌하게 놀고 흥이 나면 곱사춤을 추기도 한다. 盧후보는 참모들과 식당에 가면 '백세주'를 시킨다. 호기심 많은 盧후보는 "순한 대중소주 시대를 열었다"며 직접 백세주 공장을 방문한 적도 있다.

鄭후보는 "대통령을 주량으로 뽑으면 당선감"이란 말을 듣는다. 폭탄주를 마실 때는 잔을 빨리 돌리고 다 마시기도 전에 박수를 친다. 요즘은 자제하는 편이나 회식 자리에선 빼놓지 않고 폭탄주를 돌렸다.

이정민 기자 jm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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