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然死라더니" 부모들 울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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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얼어 죽었다고 한 당초의 경찰 발표는 부모들 가슴을 두번 찢어놓았습니다."

12일 경북대 법의학팀이 개구리 소년들이 타살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감정결과를 발표하자 김영규군의 아버지 김현도(58)씨 등 발표장소를 지키던 유족들은 일제히 흐느끼며 분통을 터뜨렸다.

감정팀이 슬라이드 사진을 보여주며 한구 한구씩 유골의 추정 사인을 설명해 나가자 부모들은 무릎에 얼굴을 파묻으며 범인에 대한 분노로 치를 떨었다.

박찬인군의 아버지 박건서(50)씨는 "자연사라는, 말도 되지 않는 경찰의 주장이 뒤엎어져 시원하기도 하지만 또다시 가슴이 미어진다"고 울먹였다.

타살로 추정된다는 감정결과는 나왔으나 11년이나 지난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내는 일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발표 마지막 부분에서 의학팀이 유골의 훼손된 곳을 가리키며 '드라이버 같은 예리한 흉기로 수십차례 가격한 부분'이라고 설명하자 유족들은 절규했다.

김현도씨는 "유골 발견 후 생업을 포기한 채 한달반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발굴현장을 찾아 갔다"고 말했다. 혹시나 타살 등을 뒷받침할 단서나 목격자라도 만날까 하는 기대에서였다.

박건서씨는 "유족들은 이번에도 타살 추정 결론이 발표되지 않았으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 수사를 의뢰할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또 "이제는 현재의 수사본부를 해체하고 국내 최고 수사진으로 팀을 재구성해 수사를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법의학팀의 타살 주장이 부담스러웠던지 발표회 개최사실을 불과 몇시간 전에 유족들에게 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범인들도 양심이 있다면 이 순간 우리 이상으로 불편할 것"이라며 "이제는 왜, 어떻게 죽었는지만이라도 알고 싶다"고 했다.

대구=정기환 기자

einba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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