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표, 당명 개정 밀어붙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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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박근혜 대표의 한나라당 지도부가 당명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당내 의원 모임들은 "당명 개정은 시기상조"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무성 사무총장은 16일 "당 이름을 바꾸는데 반대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의원총회 등 당내 논의를 거쳐 예정대로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 지도부의 이런 입장은 박근혜 대표의 의지가 투영된 것이다.

박 대표가 당명 개정에 강공 드라이브를 거는 것에 대해 주변에선 몇가지 측면에서 설명한다. 우선 당명 개정이 박 대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당의 '선진화 프로젝트'와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핵심 당직자는 "박 대표는 당명 개정을 단순히 간판만 바꿨다는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면서 "한나라당이 과거 야당과 근본적으로 체질이 다른 선진 정당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했다.

이렇게 되면 신한국당에서 한나라당으로 이름을 바꾼 이회창 전 총재의 그림자를 지우는 부수적 효과도 있을 것이다. 당 지도부는 오는 21일 열릴 의원총회에서 선진화 프로젝트를 보고해 당명 개정안을 본격 논의할 방침이다. 임태희.박진 의원 등 중도보수 성향이 주축을 이룬 '푸른정책 연구모임'과 원희룡.정병국 의원 등 소장개혁파 의원모임인 '새정치 수요모임'은 당명 개정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름뿐인 변화는 무의미하다는 게 반대 명분이다. 사실은 박 대표가 당을 사당화(私黨化)하는 것 아니냐는 게 진짜 이유다.

◆ 박 대표도 변해야 한다=김무성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나라당이 지금처럼 가서는 정권창출이 어렵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박 대표도 지금까지의 모습으로는 안 되며 시대 흐름에 맞게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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