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방송해설가 된 김태환 전 LG 농구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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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태환(64) 전 프로농구 LG 감독이 해설위원(SBS 스포츠)으로 변신해 다시 코트로 돌아왔다. 김 위원은 고졸 출신이라는 역경을 뚫고 국민은행.중앙대.LG 등 명문팀 감독을 역임하며 수많은 우승컵을 따냈던 인물이다.

김 위원은 지난해 봄 LG에서 경질된 후 7월부터 서울 압구정동에서 '초가집'이라는 고깃집을 운영해오고 있다.

"불명예스럽게 감독 자리에서 물러난 뒤 프로농구 경기장 근처에도 가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동대문상고를 졸업하고 양품점과 당구장을 운영한 경험도 있고, 뭐든지 최선을 다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어요. 어려운 경기 상황을 감안하면 장사도 잘 되는 편이었고…. 그런데 시즌이 시작돼 TV에서 농구 중계를 하고, 신문에 농구 기사가 나오니 도저히 농구를 떠나서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예전부터 해설위원 직을 제의했던 방송사의 요청을 수락해 지난 12일 데뷔했다. 아직 방송에 익숙하지는 않지만 경기를 읽는 날카로운 눈과 구수한 말투로 팬들로부터는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그는 "감독 시절 1점을 얻기 위해, 고깃집 사장으로서 1000원을 벌기 위해 그랬던 것처럼 해설위원으로서도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다.

"고깃집 사장을 하면서도 농구 감독하던 버릇을 버릴 수 없더군요. 공교롭게도 종업원 수가 12명입니다. 농구팀과 똑같죠. 아내와 둘이서 감독, 코치처럼 행세하며 일 잘하는 종업원을 스카우트하고 팀워크를 만들고, 손님에게 효과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작전을 짜는 게 농구랑 비슷합니다."

고깃집의 크기는 86평으로 농구장 절반쯤 된다. "우리집 메뉴가 30개 정도 있는데 감독 시절 내가 쓰던 작전의 가짓 수도 그 정도였던 것 같아요."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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