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중유공급 중단 한·미·일 접점 찾을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미·일 3국이 8∼9일 도쿄(東京)에서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회의를 열고 북한 핵문제에 관한 구체적 대응책을 협의한다.

지난달 26일의 3국 정상회담이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 큰 틀에 합의했다면 이번 회담은 그에 따른 각론을 논의한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회의의 관심사는 3국이 북한의 핵개발 계획 폐기를 유도하기 위해 각각 어떤 방안을 내놓고, 어떤 합의를 끌어낼 것인지다.

3국은 회의에서 먼저 북한이 핵개발 계획 폐기에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고 보고 단계적 대북 압박 방안을 협의할 전망이다. 제네바 합의를 유지하면서 대북 중유 공급과 경수로 공급을 중지하는 방안, 제네바 합의 파기, 경제제재 문제 등이 그것이다.

3국은 이 가운데 1단계로 대북 중유 공급 중지라는 제재조치를 취할지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경수로 공급 공사 중지나 제네바 합의 파기는 북한의 또 다른 강수를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낮은 단계의 조치부터 검토하는 것이다.

이라크 개전 문제를 안고 있는 미국이나 남북 교류협력사업 지속과 북·일 수교교섭 문제가 걸려 있는 한·일 양국 등 3국의 사정도 대북 압박 수위를 낮추게 하는 요인이다.

대북 중유 공급 문제와 관련해선 3국간에 미묘한 차이가 난다. 미국은 자신들이 부담하는 중유 공급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6일 "중유 공급을 계속하는 데 대한 의회의 지지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고,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도 7일 싱가포르에서 북한으로 출발한 11월분 중유 운반선의 회항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한국은 올해 미국의 대북 중유 지원분(50만t) 가운데 11월, 12월분은 예정대로 지원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정부 관계자는 "대북 중유 제공을 단번에 중단한다면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북한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점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미국의 중유 지원 일시 보류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미·일간 이같은 입장으로 미뤄 회의는 적잖은 진통도 예상된다. 그러나 대북 중유 지원의 전면 중단이 가져올 파장을 고려할 때 3국은 잠정적인 지원 중지 조치를 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북한을 제네바 합의의 틀 안에 묶어두면서 상징적으로 압박하는 조치를 취하는 방안이다.

오영환 기자

hwas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