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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보좌 '양날개' DJ 비판 마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민주당 추미애(秋美愛)최고위원은 5, 6일 연속으로 선거대책위 회의에 나오지 않았다. "몸이 불편해서"라는 게 겉으로의 이유지만 선대위 관계자들은 마음이 불편했을 것으로 본다.

노무현(얼굴) 후보가 지난 4일 '경선을 통한 후보 단일화'를 전격 제안하기 하루 전, 秋위원은 盧후보와 부산을 방문해 盧후보 면전에서 "盧후보가 단일화의 단자만 꺼내도 본부장을 사퇴하겠다"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그러나 秋위원의 공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해찬(李海瓚)기획본부장이 주축이 된 선대위 본부장들은 심야회의를 열어 盧후보에게 단일화 논의를 수용해줄 것을 건의했다. 秋위원의 한시적 태업은 盧후보 선대위의 속흐름을 반영한 사례다.

盧후보 진영에는 '쇄신파' 의원들과 재야·운동권 출신 의원들이 절반씩 결합돼 있다. 얼핏 성향이 비슷해 보이지만 현재로서는 몇가지 주요 현안에서 의견이 다르다.

◇운동권이 더 비둘기파=쇄신파 의원들은 秋위원과 정동영(鄭東泳)·신기남(辛基南)·천정배(千正培)의원 등이 주축이다. 정동채(鄭東采)전 비서실장도 이쪽으로 분류되며, 조순형(趙舜衡)공동선대위원장은 좌장격이다. 주로 재선들에다 법조·언론계 출신이 많다.

재야·운동권 출신의 선대위 핵심 인사들은 기획·정책·총무·조직·유세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해찬·임채정(林采正)·이상수(李相洙)·이호웅(李浩雄)·이재정(李在禎)의원, 신계륜(申溪輪)후보비서실장 등이다.

이들 중에는 민주화운동 또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던 사람이 많다. 일부는 권노갑(權魯甲)·한광옥(韓光玉)씨 등 동교동계 구파 쪽과의 친교도 두텁다.

그러나 현안에 대한 대응은 투옥 경력이 없는 쇄신파가 오히려 '매파'다. 재야·운동권 출신들이 '비둘기파'에 가깝다.

당내 후보단일화협의회와 동교동에 대한 대응, 경선을 통한 단일화 문제 등에 재야 출신들이 온건·포용 쪽 노선을 주장해 왔다면 쇄신파는 정면 돌파 쪽에 서 있다.

가장 의견이 대립해 마찰을 빚는 경우는 탈(脫)DJ 문제다.

최근에는 쇄신파가 박지원(朴智元)청와대 비서실장의 퇴진을 요구하자 재야 출신들이 "모험주의"라고 비판하는 일도 있었다.

◇盧후보는 사안따라 선택=盧후보의 정서는 쇄신파와 가깝지만, 당내 뿌리가 깊은 재야 출신들의 입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태다. 때론 쇄신파의 선명노선을 부담스러워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안에 따라 번갈아 한쪽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盧후보 측은 이날 후단협 의원들의 탈당으로 공석이 된 곳에 여익구(용산)·양재호(양천을)·최민화(경기 오산·화성)·김학민(경기 용인을)·이강철(대구 중구)·조성래(부산 금정)씨 등을 지구당 선대위원장으로 선정했다. 이들은 재야 출신들이다.

강민석 기자

ms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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