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란 제재 동참하는 게 장기적으로 이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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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는 멜라트은행이 핵 확산과 관련한 금융 거래를 했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 정부가 멜라트은행에 취한 제재 조치와 이에 따른 영향에 대해 한국 정부에 알려줬다.”

마틴 유든(사진) 주한 영국 대사가 10일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유든 대사는 본지가 보도한 모하마드 레자 바크티아리 주한 이란대사 인터뷰(8월 7일자 1면)를 읽고 본지에 이에 대한 반박 기고문을 직접 보내왔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10일 오후 서울 정동 영국 대사관에서 유든 대사를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바크티아리 대사는 7일 “한국 정부가 대이란 단독 제재 조치에 나설 경우 이란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경고한 바 있다. 이에 유럽연합(EU)에서 이란 핵 개발에 대한 제재 조치를 이끌고 있는 영국의 대사가 자청해 공개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외교가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이란 대사의 인터뷰를 읽고 반박의 글을 자청했는데.

“이란 대사의 주장은 한 부분만을 보여준다. 한국인들은 양쪽의 의견을 모두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국 정부의 입장은.

본지 8월 7일자 1면 이란 대사 인터뷰 기사

“우리는 이란이 또 하나의 북한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미 유엔 안보리에서 이란 제재 결의 1929호가 통과됐고 한국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란은 핵프로그램을 계속하고 있으며 협상 테이블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우리는 더 강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가 추가 제재 조치를 취할 경우 큰 불이익이 예상되는데, 왜 한국이 희생을 감수해야 하나.

“한국은 어디서 원유를 수입하나. 중동이다. 이란의 핵 개발로 중동 지역의 긴장이 지속된다면 안정적인 원유 수급이 불가능해진다. 만약 우리가 이란이 핵 개발을 하도록 내버려둔다면 한국은 정말 큰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중동이 더 안전한 곳이 돼야 한국에도 이익이 된다.”

-한국과 이란은 오랫동안 우호 관계를 맺어왔으며 경제적으로도 관계가 깊다. 영국과는 상황이 다르지 않나.

“영국 석유회사 BP는 이란과 오랜 세월 사업관계를 유지해왔다. 한국의 대이란 교역 규모(107억 달러)보다는 적지만 영국도 이란과 수년간 6억~7억 달러 규모의 교역을 맺어왔다. 한국과 영국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영국의 경우 이란과 흑자 외교를 한다는 것이다. 영국은 이란으로부터 원유를 수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선택할 문제다.”

-미국과 EU는 이란 멜라트은행이 핵확산에 연루됐다며 이 은행의 서울 지점 폐쇄를 요구한다.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있나.

“영국 정부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 그 증거를 직접 보지 못했지만 멜라트은행이 금융 거래를 통해 핵확산에 관련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영국 정부는 최근 멜라트은행에 어떤 제재 조치를 취했는지, 그리고 그에 따른 영향이 어떤지 등을 한국 정부에 통보해 줬다.”

남정호 국제 데스크
이에스더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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