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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빈 토카이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6면

마빈 토카이어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32%는 유대인들이다. 세계의 정치·경제·문화 등에 미치는 유대인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탈무드’ 연구의 대가인 마빈 토카이어(74·사진)는 “탈무드를 활용한 토론 학습에 그 비결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쉐마교육학회 주최의 국제학술대회(6일 진행)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그를 만났다.

-탈무드 교육의 특징은.

“탈무드는 의학·법학·윤리·과학 등 인류에게 필요한 모든 분야의 지식을 다루고 있다. 유대인 가정에선 탈무드로 3세부터 가정교육을 한다. 2~4명씩을 짝을 이뤄 한 구절씩 읽고 논쟁을 벌인다. 이때 상대방의 논리를 공격하고 방어하면서 갖가지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고 빈틈없는 논리를 개발하게 된다. 이런 토론이 가정에서부터 일상적으로 이뤄진다. 토론의 경험이 쌓이면서 아이들은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고 지식을 얻어가는 과정에 대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가정교육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인가.

“그렇다. 탈무드식 교육은 가정에서 시작된다. 유대인 부모는 자녀와의 시간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다. 안식일인 토요일은 반드시 하루 종일 자녀 교육에 시간을 쏟는다. 자녀 교육의 핵심은 ‘질문하는 법’이다. 부모들은 학교에서 돌아온 자녀에게 ‘뭘 배웠니?’가 아니라 ‘오늘은 어떤 질문을 했니?’라고 묻는다. 탈무드 논쟁에선 ‘잘 아는 것’보다 ‘상대방을 더 논리적으로 괴롭히는 것’이 우선이다. 질문할 때 부담을 느끼지 않고, 모든 질문이 자연스레 토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를 가정에서부터 만든다.”

-유대인 학교에서도 이런 교육방법을 취하는가.

“오전에는 모두 탈무드 논쟁에 참여한다. 일반적인 교과들은 오후 시간을 이용해 배운다. 모든 과정에서 랍비(유대교 율법교사)들은 무엇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질문과 토론으로 방향을 잡아줄 뿐이다. 랍비는 더 날카로운 질문을 하기 위해 지식을 가르치는 수업보다 더 많은 준비를 한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인 지식은 가정에서 배운다. 학교에선 질문과 토론으로 더 수준 높은 지식과 지혜를 배우는 것이다.”

-한국의 부모들에게 조언할 것이 있다면.

“아이들은 부모에게서 먼저 배운다. 부모는 가장 친근한 존재이면서 첫 번째 선생님이다. 유대인 가정에선 아버지와 자녀가 매일 탈무드 논쟁을 벌인다. 부모가 자녀에게 공부하라고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배우는 것이다. ‘답을 빨리 아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질문과 토론으로 스스로 답을 찾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부모도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배워가는 습관은 가정에서 시작된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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