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톱 PC 빼빼로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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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데스크톱(desk top) PC는 책상 위에 놓고 사용하는 PC를 말한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는 이름값을 못하는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데스크톱PC라면서 책상 아래 자리잡은 것이 더 많았다. 무겁고 커서 책상 위에 놓기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상 위에는 모니터·키보드·마우스만 올랐다.

하지만 PC 판매 성수기인 올 연말에는 명실상부한 '데스크톱 PC'가 시장을 지배할 전망이다. 최근 두께가 10㎝ 정도에 불과한 얇고 가벼운 슬림형 제품이 속속 시장에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보컴퓨터 신필호 부장은 "연말과 연초에 연간 1백만대 이상의 PC가 판매되는데 올해는 슬림형 PC가 50% 정도를 차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미 삼성전자는 기존의 데스크톱은 생산을 중단하고 슬림형 제품만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1999년부터 매년 꾸준하게 슬림형 PC를 생산해온 삼보컴퓨터는 올해도 두께 10㎝ 이하의 초슬림형 제품을 선보이며 데스크톱PC의 주력 교체를 선도하고 있다. 델컴퓨터도 기업용 슬림형 PC로 도전장을 냈다.

◇성수기 노린 슬림형 PC 신제품들=삼성전자의 매직스테이션Q는 본체의 폭이 14.4㎝다. 각종 입력단자를 본체 앞에 배치했다. 디지털카메라 등과 호환해 쓸 수 있는 메모리스틱 슬롯을 기본으로 깔았다.

이 제품의 핵심은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강화했다는 점. 5.1채널의 돌비 사운드가 재현되고 컴퓨터 영상을 TV로 볼 수 있는 'TV아웃(TV Out·★)'기능을 갖췄다. 삼성은 지난달 네종류의 매직스테이션Q를 출시했다.

삼보컴퓨터의 '드림시스AW'시리즈는 두께가 9.8㎝다. DVD를 녹화할 수 있는 DVD-RW 드라이브를 장착했다. DVD는 CD에 비해 8배 이상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대용량 프로그램을 저장할 수 있다. 삼보는 이미 2개 모델의 슬림형 PC를 출시했고, 연말까지 모델수를 5개로 늘릴 예정이다.

미국의 델컴퓨터가 시판할 예정인 옵티플렉스 슬림PC는 기업용 제품이다. 두께가 8.5㎝에 불과해 비좁은 책상 위에 올려 놓고 쓰기에 적합하다. 한국 델의 스티브 노먼 지사장은 "고객들의 의견을 집약해 설계한 제품으로 공간 효율을 중시하는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이달 중순부터 판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주컴퓨터와 주연테크 등 중견 PC업체들도 올 연말이나 내년 중 슬림형 PC를 생산할 계획이다.

슬림형 PC의 가격은 일반 데스크톱PC와 비슷하다. 출시 초기에는 조금 비싼 편이었지만 최근 값이 조금씩 내려 펜티엄4 중앙처리장치를 장착한 기본제품이 1백10만∼2백만원대(모니터 제외)다.

◇슬림형 PC 왜 각광받나=최근 PC와 디지털기기들의 결합이 다양하게 이뤄지면서 PC의 쓰임새가 넓어졌다. 문서 작성이나 인터넷 접속 정도만 활용하던 시대는 옛날이다. 디지털카메라·플래시메모리 저장장치·개인휴대단말기 등을 PC에 연결해 사진편집·데이터 교환 등을 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과거에는 이같은 연결을 하려면 벽에 붙어 있는 PC의 뒷면을 더듬거려야 했다. 덩치가 큰 데다 디지털기기와 연결하는 입력단자(USB 등)가 PC 본체 뒤에 있었기 때문이다.

슬림형 PC는 이같은 불편을 없앴다. 대부분 본체 앞에 입력단자를 장착, 편하게 디지털기기와 연결해 사용할 수 있게 설계했다. 발열 문제를 크게 개선한 것도 슬림형 PC가 인기를 끄는 요인이다.

김종윤 기자

yoonn@joongang.co.kr

★요즘은 PC에 DVD드라이브가 장착된 게 많아 PC로도 DVD타이틀을 즐길 수 있어요. 하지만 PC모니터의 문제는 화면의 해상도가 떨어진다는 점이지요. 더욱이 PC모니터는 크기도 작아 DVD의 제 맛을 즐길 수가 없어요. TV아웃은 TV를 모니터 대신 사용하는 기능을 말해요. PC와 TV를 전용선으로 연결하면 TV를 모니터처럼 쓸 수 있어요. PC에 TV수신카드를 장착하면 PC로 공중파 TV방송을 즐길 수 있는데 일부에서는 이 기능도 'TV아웃'이라 불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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