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자 울리는 강북 뉴타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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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여느 때도 종종 듣는 질문이지만 요즘 들어 앞으로 아파트값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묻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 집값이 끊임없이 오르는 시기라든가, 정부 대책 등과 같은 외부적 충격으로 약보합세 국면을 보일 때 그런 질문 공세가 유독 심했던 전례를 보면 부동산 경기가 안좋은 쪽으로 기울고 있는 모양이다.

집값 향방에 대한 높은 관심은 양도세 강화와 재건축 제동 등에 따라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값이 하향세로 돌아서자 파느냐, 사느냐를 놓고 저울질하는 수요자들이 적지 않음을 뜻하는 것이리라.

오죽 답답했으면 바쁘다는 기자에게 전화와 e-메일을 보낼까마는 속시원한 분석을 내리기가 어렵다고 한다면 무성의한 답변일까. 경기의 향방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우리의 부동산 정책이 하도 오락가락해서 하는 말이다.

시중의 여론은 국가 경제여건과 부동산 시장의 구조를 감안할 때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는듯 하다. 그동안 가격이 너무 올랐다는 경계심리와 부동산 억제책·경기침체에 따른 수요감축 등이 이를 부채질할 것이란 의견들이다.

강남의 재건축이 어렵게 된 일부 아파트는 한달 새 5천만∼6천만원 떨어져 가격이 최고일 때 집을 산 이른바 상투를 잡은 투자자들이야 속이 쓰리겠지만 1∼2년 동안 2억∼3억원이 오른 것과 비교하면 놀랄 일이 아닌성 싶다.

이런 상황인 데도 강북의 뉴타운 개발권의 아파트값은 오히려 강세다. 길음·정릉동 일대와 진관내·외동, 왕십리 등 뉴타운 개발지역 주변 아파트값이 1천만∼2천만원 올랐다. 금액만 보면 얼마 안되는 것 같지만 상승률은 20%대로 높고 아직 입주하지 않은 아파트의 분양권값도 많이 올라 찬바람 부는 강남과 비교하면 훈풍 지대임에는 틀림없다. 쾌적한 주거단지가 조성되면 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산중개업자들이 수십명에서 수백명에 이르는 투자회원들을 앞세워 강북의 뉴타운 개발지역을 집중 공략한 게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꼽힌다면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집값 안정을 위한 개발사업이 투기장으로 변질된다면 곤란하다.

강북의 집값 상승을 불경기 때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틈새시장의 호황 현상쯤으로 생각하면 별로 신경 쓸 필요가 없지만 집값 안정을 위해 내놓았다는 정책이 오히려 집값을 올리는 작용을 한다면 뭔가 한참 잘못된 게 아닐까.

강북주민 입장에서는 소외지대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 갖고 웬 시비냐고 하겠지만 상대적으로 집값이 싸 강북에서 어렵사리 생활의 터전을 잡고 있는 무주택자들이 다시 외곽지대로 밀려날 수 있다는 점은 심각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주거환경을 좋게 만들면 가격이야 자연히 오르게 마련이지만 집값을 잡아 서민의 주거안정을 기한다는 강북개발이 무주택자를 더욱 슬프게 만든다면 개발계획 자체를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y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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